[세월호 침몰 참사] 애끊는 팽목항… “실종자 가족 배려해주세요”

입력 2014-05-07 02:32

세월호 참사 현장인 전남 진도 팽목항에도 추모의 발길이 이어졌다. 그러나 방문자들이 몰리면서 실종자 가족들은 부담스러운 모습이었다. 전국 각지에서 어린아이들의 손을 잡고 찾아온 가족 단위 방문객들이 많았다. 일부 아이들이 기념사진을 찍으며 손가락으로 ‘V’자를 그리거나 뛰어다니며 큰 소리로 웃기도 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실종자 가족들은 그런 모습에 마음이 아픈 듯 대부분 바깥출입을 삼가고 가족대책본부 천막이나 대기실 텐트를 지켰다.

배식 봉사를 하는 한 자원봉사자는 6일 “외부인들이 너무 많이 와서 (실종자) 가족분들 대부분이 밥 드시러 나오지 못하셨다”면서 “쳐다보는 눈도 불편하고 애들 있는 남의 가족 보면 눈물나고 그러니 아예 못 나오시는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범정부사고대책본부는 진도군청에서 정례 브리핑을 갖고 “연휴 기간 일부 방문객들이 실종자 가족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든 사례가 있었다”며 “실종자 가족들을 배려해 달라”고 호소했다. 대책본부는 “관계자 이외에는 될 수 있으면 팽목항 방문을 자제하고 불가피하게 방문할 경우 경건한 분위기를 유지할 수 있도록 협조해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물론 대부분 방문객들은 실종자들의 무사귀환을 기원하거나 희생자들을 진심으로 추모했다. 추모의 글을 나비 모양의 포스트잇 메모지에 적어 추모 게시판에 붙였다. 또 실종자 가족지원 상황실로 쓰이는 팽목항 대합실 앞 천막 외벽에 위로와 애도, 기원의 마음을 담은 글을 적었다. 먼 바다를 바라보며 묵념을 하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

어린이날인 5일 열 살 딸과 함께 팽목항을 찾은 김모(48·여·경기도 군포)씨는 “뉴스를 보며 소름끼치도록 슬펐다”면서 “아이가 이걸 기억하고 커서 안전 불감증에 대해 경각심을 가진 사회 일원이 됐으면 하는 마음에서 데려왔다”고 말했다.

진도=김영균 기자 ykk22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