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정부 침몰 vs 비뚤어진 애국심… ‘NYT 광고 캠페인’ 논란

입력 2014-05-07 03:51


[친절한 쿡기자] 세월호 침몰 참사가 발생한지 7일로 22일째지만 인터넷에는 여전히 후폭풍이 거셉니다. 승객을 버리고 제일 먼저 탈출한 선장은 유사 이래 최악의 인물로 불리고 있습니다. 단 한 명의 실종자도 구조하지 못한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불신이 심해지면서 보혁 논쟁이 실시간으로 벌어집니다. 각종 망언을 쏟아낸 사람들의 순위를 매기는 투표가 등장할 정도로 여론 재판도 뜨겁습니다. 해양경찰청과 민간 구난업체 언딘, 다이빙 벨을 둘러싼 논란도 여전합니다.

파문은 국내를 넘어 해외로 번지는 분위기입니다. 지난달 23일 미주 인터넷 커뮤니티인 ‘미시USA’ 게시판에는 “뉴욕타임스(NYT)에 한국 정부의 나태·무능·언론통제를 고발하는 광고를 내자”는 글이 올라왔었습니다. 순식간에 조회수는 폭증했고 크라우드 펀딩업체 인디고고를 통한 광고비 모금이 시작됐습니다. NYT 흑백 전면광고는 약 6만 달러(약 6200만원)가 필요한데 모금 첫날인 지난달 29일에만 5만 달러가 모였습니다. 6일까지 모인 액수는 무려 13만 달러가 넘습니다.

인터넷에 공개된 광고 시안은 세월호가 거꾸로 바다 속에 침몰한 그림과 함께 ‘Sewol Ferry has sunk, so has the Park Administration(세월호와 함께 박근혜 정부도 침몰했다)’을 제목으로 담고 있습니다. 시안에는 476(탑승객 인원) 324(안산 단원고 학생 인원) 120(구조를 위해 기다린 시간·분) 1(왜 사고 첫 날 구조하지 못했나) 0(실종자 중 구조된 인원) 등 이번 참사와 관련된 상징적인 숫자들이 적혀있습니다.

광고 캠페인을 주도한 측은 “대부분의 한국 국민들은 사실을 은폐·왜곡 보도하는 주요 방송과 대형 일간지들에 의해 진실을 보지 못하고 있다”며 “미국에 살고 있는 한국인으로서 세월호 침몰로 드러난 현 정부의 언론 탄압과 반민주주의 행보를 규탄하고자 한다”고 밝혔습니다.

상당수 네티즌은 광고 시안에 동감하는 분위기지만 세월호 희생자 추모보다 박 대통령과 정부를 비판하는 것에 포커스가 맞춰진 점 때문에 역풍도 만만치 않습니다. ‘삐뚤어진 애국심’ ‘미국인들이 한국에 대한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질 수 있다’ ‘누워서 침 뱉기’ ‘한국 정부 비판이 핵심이라면 한국 매체에 광고를 싣자’ 등 다양한 의견이 올라왔습니다.

한 외국인이 SNS에 올린 글이 며칠 동안 뇌리에서 떠나지 않습니다. “이번 참사로 한국의 국론은 확실히 분열된 것 같다. 상처가 치유되는데 아주 많은 시간이 걸릴 것 같다.”

조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