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그레이드 안전 대한민국②] 정책 실명제 확대·강화 공무원 책임 무겁게 해야
입력 2014-05-07 02:04
“언제 공무원이 다치는 것을 본 적 있습니까. 이번 세월호 침몰 사고도 똑같을 겁니다.”
국가공무원법 제68조는 공무원의 신분을 보장하고 있다. 법적 안정성 속에 일관성 있는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다. 하지만 이 법이 오히려 공무원들의 무사안일주의와 책임의식 부재를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실제 국내 주요 대형 안전·재난 사고에서 공무원들의 처벌은 보기 어렵다. 1993년 292명이 사망한 서해훼리호 사건 때 안전점검 일지를 허위로 작성했던 군산해운항만청 공무원 4명은 모두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1995년 502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던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때도 공무원 12명이 기소됐지만 2명만 실형을 받았을 뿐 나머지는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지난 2월 대학생 9명의 목숨을 앗아간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붕괴 사고 때 역시 공무원은 단 한 명도 기소되지 않았다.
징계가 결정돼도 실제 중징계로 이어지는 경우는 갈수록 드물어지고 있다. 소청심사위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2년까지 5년간 3781건의 소청심사 가운데 41.8%인 1579건이 감경됐다. 파면을 해임으로, 해임을 강등으로 하는 등 징계 수위를 한 단계 낮춘 1단계 감경이 1420건으로 가장 많지만 2단계 이상 감경도 160건이나 됐다. 특별한 사유 없이 징계 수위를 낮춘 이른바 ‘묻지마식 감경’이다. 법의 맹점도 공무원들의 책임의식 부재를 부추기고 있다. 삼풍백화점 붕괴 당시 대법원은 “국내 사법체계는 죄형법정주의를 따르고 있기 때문에 명시적으로 처벌 규정이 없는 한 관리감독 소홀로 형사책임을 지우기가 쉽지 않다”고 판시했다.
따라서 공무원의 이름을 걸고 책임 행정을 할 수 있는 정책 실명제를 확대·강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다만 현재 정부에서 실시 중인 정책 실명제는 처벌에 대한 규정이 없기 때문에 담당 공무원들의 의무와 책임, 권한 등을 명시하면서 민·형사상 책임도 강화해야 된다는 지적이다. 김재열 협성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6일 “권한만 갖고 책임은 지지 않는 공무원 문화를 근본적으로 뜯어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