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트라우마 치유단체 ‘세월호 피해자’ 돕는다
입력 2014-05-06 17:52 수정 2014-05-06 17:57
세월호 피해자의 정신적 충격을 치료하기 위해 이스라엘의 심리치료 전문단체인 이스라에이드가 한국에 왔다. 테러와 전쟁에 시달리는 이스라엘 시민들의 트라우마 치료를 위해 설립된 이스라에이드는 9·11테러 후의 미국, 대지진을 겪은 아이티와 일본 등에서도 활동해 왔다.
구호개발NGO 굿피플(회장 안정복)의 도움으로 한국을 방문, 경기도 안산에서 심리치료 전문가와 교사 등을 만난 이스라에이드의 요탐 폴리처 아시아지국장은 “상황이 매우 좋지 않다. 지역사회의 학생 교사 상담가들 모두가 고통을 겪고 있다”며 “재난의 충격을 극복하는 데 여러 해가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4일 서울에서 만난 폴리처 국장은 “이스라엘은 홀로코스트(대학살)를 경험하고 전쟁과 테러에 시달리고 있어 트라우마 치료 전문가들이 많다”며 “한국인들을 돕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현장에서 만난 한국인 상담치료사들과 정신과 의사들이 매우 헌신적이고 전문적이었다”며 “교회가 적극적으로 나서 피해자들을 위로하고 지역사회가 함께 기도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이스라에이드는 공포와 불안에 휩싸인 유태인을 돕기 위해 2001년 설립된 이후 전 세계 22개국에서 활동해왔다. 폴리처 국장은 재난 앞에서는 함께 모여 서로를 위로하고, 피해자들이 겪는 고통을 함께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피해자들을 위해서 당장 해줄 수 있는 일은 듣는 것”이라며 “피해자들이 겪는 슬픔 분노 죄책감과 피로 등 모든 감정을 털어놓고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감정을 혼자 삭이려하면 더 위험해진다”면서 “그들의 고통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이 혼자가 아니라는 걸 경험하게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인 모두가 큰 죄책감을 느끼는 것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며 “단원고 입구에 ‘너의 잘못이 아니다’라는 문구가 걸려있는 것을 보았는데, 한국인 모두가 죄인이 아니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는 “유태인이 창의적이라고 하는 이유는 생존이 위협받는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발상이 필요했기 때문”이라며 “한국인들도 새로운 발상으로 이번 위기를 극복한다면 경직된 사회·교육체제가 좀더 유연하고 개방적으로 바뀔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스라에이드는 굿피플과 협력해 안산과 서울에서 심리치료전문가들을 위한 워크숍을 지속적으로 개최할 계획이다.
글·사진=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