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보따리 푸는 中 ‘아프리카 다지기’ 가속
입력 2014-05-07 03:31
중국이 돈의 힘을 앞세워 ‘아프리카 다지기’ 행보를 가속화하고 있다.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지난 4일부터 11일까지 8일간 일정으로 에티오피아 나이지리아 앙골라 케냐 등 아프리카 4개국을 방문 중이다.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지난해 3월 아프리카의 탄자니아 남아프리카공화국 콩고 3개국을 순방한 지 1년여 만에 또다시 아프리카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이다.
이번 방문에서 리 총리가 풀어놓은 돈 보따리는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 아프리카에 대한 차관을 100억 달러 늘려 300억 달러(약 30조원)로 만들고 중국의 아프리카에 대한 직접 투자 규모도 1000억 달러(약 100조원)로 증대시키기로 했다.
쌍방 간 무역 규모는 2020년까지 현재의 두 배인 4000억 달러로 늘리기로 했다. 지난해 쌍방 간 무역 규모는 2000억 달러였다. 중국은 현재 아프리카 최대의 경제 파트너 위치에 있다.
‘중국·아프리카 발전기금’은 20억 달러 증액해 50억 달러 규모로 확대하고 아프리카 야생동물 보호를 위한 무상원조도 1000만 달러 제공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중국이 아프리카에서 ‘신(新)식민주의’를 추구하고 있다며 의심의 눈길을 보내는 나라들이 적지 않다. 리 총리는 이를 의식해 5일(현지시간) 첫 방문국인 에티오피아의 아디스아바바에 있는 아프리카연합(AU) 본부에서 가진 특별강연에서 “중국은 다른 나라들이 갔던 식민주의의 길을 결코 걷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리 총리는 이 자리에서 ‘중국·아프리카 협력 기본 틀’로 ‘461’이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이는 4가지 원칙(평등 관계, 단결 신뢰, 포용 발전, 혁신 협력)과 6가지 프로젝트(산업, 금융, 빈곤퇴치, 생태환경 보호, 인문교류, 평화안보 분야 협력) 및 ‘중국·아프리카 포럼’의 발전을 말한다. 중국이 주도해 2000년 만든 중국·아프리카 포럼은 쌍방 간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협력체다.
리 총리는 또 아프리카에 고속철도연구센터를 설립할 것이라고 밝혔다. 고속철도 수출을 위한 사전 정지 작업인 셈이다. 리 총리는 이와 관련해 “고속도로, 철도, 전신전력 등 산업 발전의 전제조건인 기초시설 건설과 지역의 네트워크화에 적극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언론은 리 총리의 이번 방문을 저우언라이(周恩來) 총리의 아프리카 순방 50주년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고 강조했다. 저우 총리는 1963년 말부터 1964년 초 사이에 중국 정부대표단을 이끌고 이집트 알제리 모로코 등 아프리카 10개국을 방문했다.
이번 순방에는 그동안 대외 활동을 하지 않았던 부인 청훙(程虹) 여사가 동행해 주목을 받았다. 홍콩 문회보는 이에 대해 “리 총리의 아프리카 방문에 있어서 가장 눈길을 끄는 부분”이라며 청 여사의 독특한 매력을 ‘리커창의 소프트파워’라고 표현했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