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년 만에 만난 쌍둥이 자매… 서로 다른 삶 살다 美서 극적 상봉
입력 2014-05-07 02:33
미국에서 쌍둥이 자매가 78년 만에 상봉해 화제가 되고 있다.
미 캘리포니아주에서 발행되는 일간 신문 오렌지카운티레지스터는 5일(현지시간) 올해 나란히 78세가 된 앤 헌트와 엘리자베스 해멀 쌍둥이 자매가 최근 캘리포니아주 풀러턴에서 난생 처음 만났다고 보도했다.
자매는 1936년 영국 앨더쇼트에서 태어났다. 그러나 가정부였던 생모는 아이들 아버지가 자취를 감추자 생계난 때문에 한 아이를 입양보내기로 결정했다.
생모는 척추가 굽은 장애를 안고 태어난 해멀을 손수 기르기로 했다. 그렇게 해서 해멀은 친어머니와 함께 자랐고 헌트는 입양 보내지는 통에 둘은 태어나자마자 헤어졌다.
해멀은 커서 영국 해군에 여군으로 입대, 몰타 기지에서 만난 미국인과 결혼해 미국으로 이주했다. 이후 해멀은 미 오리건주에서 살았다.
한편 헌트는 입양된 영국 가정에서 아무 것도 모른 채 외동딸로 자랐다. 그는 지난해 자신에게 쌍둥이 자매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헌트의 딸이 해멀을 찾아주겠다고 발 벗고 나섰다. 미국에서 해멀의 아들도 마침 어머니의 쌍둥이 자매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자녀들의 도움과 미 캘리포니아 주립 풀러턴대 쌍둥이연구소 낸시 시걸 교수의 주선으로 마침내 해멀과 헌트는 얼마 전 풀러턴 호텔에서 상봉의 감격을 누렸다. 둘은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렸다. 유전자 검사 결과 둘은 이란성 쌍둥이가 분명한 것으로 밝혀졌다.
해멀은 “살아생전 만나게 돼서 정말 기쁘다”고 말했고 헌트는 “나에게 쌍둥이 자매가 있다는 데 크게 놀랐지만 기쁜 일”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쌍둥이 자매의 자녀들은 생각지도 못한 사촌들이 생겨 즐겁다는 반응을 보였다.
시걸 교수는 78년이나 헤어져 다른 삶을 살아온 이들 자매를 대상으로 유전자와 환경이 사람의 품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연구하고 있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