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부인 외교’… 리커창 총리 아내 청훙도 외교무대 등장

입력 2014-05-07 02:33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의 부인 청훙(程虹) 여사가 지난 4일 리 총리의 아프리카 순방에 동행함으로써 처음으로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남편이 고위직에 있지만 이를 드러내지 않고 서우두(首都)경제무역대학 외국어과 교수로 조용하게 지내왔다.

이와 관련된 일화도 있다. 18차 당대회가 열렸던 2012년 11월 무렵 한 부성장(副省長)이 청 교수를 찾아왔다. 자신의 딸이 청 교수 밑에서 석사과정 공부를 하기 위해 시험을 치르기로 돼 있었기 때문이다. 이 부성장은 청 교수에게 남편과 다 함께 식사를 하자고 요청했다. 그러나 청 교수는 “남편이 공무로 너무 바빠 시간을 낼 수 없다”고 했다. 그러자 이 부성장은 “아무리 바빠도 나만큼 바쁘겠느냐”며 화를 냈다. 이에 청 교수는 “남편은 정말 바쁘다”며 “남편 이름은 리커창”이라고 말해줬다.

관영 신화통신은 이번에 처음으로 그의 약력을 사진과 함께 보도했다. 신화통신은 지난해 리커창이 총리에 선출된 뒤 그의 ‘라이프 스토리’를 보도하면서 간단하게 부인이 대학교수라고 전했을 뿐이다.

청훙은 1957년 허난(河南)성 정저우(鄭州)에서 태어났다. 아버지 청진루이(程金瑞)는 공산주의청년단 허난성 부서기를 거쳐 나중에 국무원 빈민구제판공실 고문을 지냈다. 어머니 류이칭(劉益淸)은 신화통신 기자였다.

청훙은 뤄양(洛陽)인민해방군 외국어학원을 졸업했고 중국사회과학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베이징대에서 공부한 적도 있으며 그 시기에 리커창을 만나 결혼했다. 슬하에 딸 하나를 뒀다. 문화혁명 기간에는 농촌으로 하방(下放)돼 육체노동을 경험하기도 했다.

신경보는 “청 여사는 미국 자연주의 문학 서적을 번역할 당시인 5년 동안 암투병을 했던 부모 병시중을 도맡아서 했다”며 현모양처라고 보도했다. 그는 1995년 미국 브라운대에 방문교수로 갔을 때 미국의 자연주의 문학에 관심을 갖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리 총리가 영어 통역 없이 외국 귀빈과 교류할 정도의 영어 실력을 갖춘 데는 부인의 도움도 있었다는 후문이다. 중국 언론들은 리 총리의 부인이 대외활동에 나서자 시진핑(習近平) 주석 부인 펑리위안(彭麗媛)에 이은 또 다른 ‘부인 외교’로 소개하고 있다.

중국 정가에서는 총리 부인이 대외 행보를 하는 경우가 드물었다. 주룽지(朱鎔基) 총리의 경우 1999년 미국을 방문했을 때 부인 라오안(勞安)과 동행했다. 그 전에는 1990년 리펑(李鵬) 총리가 부인 주린(朱琳)과 함께 필리핀을 방문한 적이 있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