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진홍] 세월호 ‘괴담’
입력 2014-05-07 02:32
#“어뢰를 실을 수 있는 북한 잠수함은 몇 척 안 된다. 또 어뢰 파편에 쓰여 있는 ‘1번’이란 글자가 폭발에도 지워지지 않고 남아 있는 건 조작됐기 때문이다. 천안함은 북한에 의해 피폭된 게 아니라 암초에 부닥쳐 좌초됐거나 선체 피로로 인해 침몰했을 것이다.” 천안함 폭침 사건이 발생한 지 4년이 넘었으나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이처럼 북한 소행임을 부인하는 이들이 존재한다. 미국이 천안함을 침몰시키고 우리 정부와 공조해 북한에 책임을 전가했다는 어처구니없는 유언비어도 완전히 수그러든 상태가 아니다. 북한 공격에 의한 폭침이라는 정부와 국제조사단의 조사 결과에도 여전히 여론을 호도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천안함 유족들은 억장이 무너진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서도 온갖 유언비어와 괴담들이 난무하고 있다. 사고 발생 초기, 세월호가 미군 잠수함과 충돌해 침몰했다거나 한·미 방위비분담금협정의 국회 비준 통과를 위해 국민들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고 사고를 일으켰다는 허무맹랑한 소문들이 나돌았다. 참다못한 국방부가 수사를 의뢰했다. 20대 여성은 종편TV에 출연해 “생존자가 배 안에 있는데, 정부가 잠수부의 작업을 막고 있다”는 거짓말을 했다가 구속됐다.
지난달 29일 경기도 안산의 합동분향소를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이 한 할머니를 만나 위로한 것을 놓고선 ‘연출’ 논란이 벌어졌다. 그 할머니가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 회원이라는 억측으로 번졌다. 하지만 할머니는 안산 시민으로 밝혀졌다. 본인 사진까지 유포된 ‘박사모’ 회원은 눈물을 흘리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정치인과 지식인도 있었다. 세월호 실종자 가족으로 가장한 전문 시위꾼이 있다는 다른 사람의 동영상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게재했다가 망신당한 새누리당 의원이 있었고, ‘시체 장사’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박근혜정부의 단호한 대응을 주문했다가 비난받은 논객도 있었다. 최근엔 새누리당 서울시장 예비후보였던 인사가 세월호 추모집회 참가 청소년들이 일당을 받았다고 주장했다가 사과했다. 그 외에 ‘정부가 시신을 숨기고 있다’는 괴담을 포함해 지금까지 적발된 유언비어와 악성 댓글이 200여건이라고 한다.
대한민국은 상중(喪中)이다. 자중자애할 때다. 유언비어가 극성을 부리는 데에는 정부 잘못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천박한 언행으로 사회를 어지럽히고, 정략적 의도를 갖고 사실을 왜곡하는 이들은 엄벌해야 마땅하다.
김진홍 수석논설위원 j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