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박정수] 세월호 사고와 국가경쟁력
입력 2014-05-07 02:31
세월호 사고에서 우리 모두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무책임한 선원들의 행태와 정부의 비체계적이고 무능한 대처에 극심한 분노와 허탈감을 느끼고 있다. 이번 사고로 말미암아 선진국에 눈높이를 맞추어 가던 국민들은 우리들의 부끄러운 민낯이 드러나는 것을 보며 크게 당황하는 한편 비탄에 잠겨 있다.
이번 사고의 직접적 원인은 안전하지 못한 운행을 해온 해운사에 있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이러한 위험한 운행을 방치해온 민·관 유착관계와 부패사슬에 있다는 것은 명백하다. 안전교육 강화, 사고대처 시스템 강화, 부패사슬 타파 등을 통해 사회안전 시스템을 공고히 하는 것이 전 국민적 바람이며, 이는 분명 우리가 선진사회로 이행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바로잡아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이와 같은 안전과 감독 시스템의 정상화로 인해 우리 사회가 예상치 못한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게 된다는 것이다.
세월호 참사의 본질을 살펴보면 정부가 여론을 의식해 책정한 낮은 운임에 대해 해운사는 화물을 과적하는 불법적인 꼼수로 대처했고 더 나아가 이러한 불법을 눈감아 주도록 감독기관과의 유착관계를 공고히 해 온 것을 볼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이 정부, 감독기관, 그리고 해운사의 부패 때문에 초래되었으므로 이를 척결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고 생각할 수 있겠으나 좀 더 깊이 살펴보면 가격통제가 또 다른 중요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부가 통제하는 현재의 저가 운임체계 하에서는 법과 규정을 준수하고 안전한 설비로 운영하는 정상적인 해운사는 연안여객사업에 뛰어들지 않을 것인 반면 불법적이고 비정상적인 운영을 염두에 둔 비도덕적인 해운사만이 사업을 맡으려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가격통제가 부도덕하고 부실한 기업들을 사업에 끌어들였고 그 결과 우리 국민들은 위험하고 낮은 품질의 서비스를 받은 셈이다.
하지만 이제 우리 국민들은 안전한 시설과 장비를 갖추고 법과 규정을 준수하며 운영하는 정상적인 해운사와 이를 철저히 감독하는 정상적인 감독 시스템을 기대하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운임이 올라야 정상적인 해운사가 참여할 것인데 오른 운임은 국민들의 부담이 되는 것이다. 설사 정부가 운임을 여전히 통제하고 거기서 발생하는 적자를 국가 재원으로 보조한다 해도 결국 그 부담은 장기적으로 국민들 몫이 된다. 이렇듯 우리가 바라는 정상화는 불가피하게 국민들의 경제적 부담을 높일 것이다. 문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의미의 정상화를 운송, 대중교통, 건설 등 그동안 우리가 값싼 가격의 서비스를 이용하며 안전법규 준수가 미흡했다고 여겨지는 분야에까지 넓혀 적용한다면 그 서비스를 이용하는 국민 개개인의 부담이 지금보다 훨씬 커질 것이다. 더 나아가 그동안 비정상적으로 저렴한 서비스를 누려왔던 국내 기업들은 생산비용 상승으로 가격경쟁력이 약화될 것이고 이는 다시 우리 상품과 서비스의 국제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우리의 눈높이에 맞게 시스템을 정상화하려면 국민 개개인과 기업의 부담이 함께 커지는 것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도전에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 그 유일한 방법은 끊임없는 혁신과 생산성 제고를 통해 생산비용을 낮추는 길 밖에 없다. 우리 사회경제 시스템이 한층 업그레이드되기 위해서는 안전의식 강화, 부패 척결, 법과 규정 준수가 요구될 뿐만 아니라 국민과 기업들에게는 각고의 노력이 깃든 의식개혁과 혁신이 요구된다는 사실이다. 현재의 부끄러운 현실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제도 개선이나 부패의 고리를 끊는 것으로 충분한 것이 아니라 국민 모두의 노력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정상화의 길은 우리에게 있어 결코 쉽지 않은 큰 도전이 될 것으로 보이지만 선진국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어차피 치러야 할 시험이다. 그동안 우리 경제의 경쟁력이 어디에 있었는지 고민해 본다.
박정수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