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애도정국이지만 지방선거는 차분하게 진행을

입력 2014-05-07 02:13

6·4 지방선거가 채 한 달도 남지 않았지만 세월호 침몰 사고 여파로 싸늘하게 열기가 식었다. 도대체 내가 사는 지역에 어떤 후보가 나오는지도 알 수 없거니와 여야 주요 정당이 내세우는 공약 내용도 모른다. 세월호 사고가 마치 블랙홀처럼 우리 사회의 모든 이슈를 한꺼번에 빨아들인 탓이다. 사고 수습과 애도는 계속하되 이럴 때일수록 제대로 된 후보를 뽑아야 나라의 미래가 있지 않을까.

정작 정치권은 국민들이 세월호 참사 추도 물결에 관심을 쏟고 있는 사이 정말 눈뜨고는 못 볼 추태를 벌이고 있다.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은 출처도 근거도 없는 ‘박심 논쟁’으로 선거의 본질을 흐리고 있고, 새정치민주연합에서는 광주시장 후보를 지도부에서 전략공천했다는 이유로 현 시장과 현역 의원이 탈당하는 사태까지 빚었다.

세월호 침몰 사고는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여기에 목을 맬 수는 없는 일이다.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 대책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투명하게 진행하되 광역단체장 17명을 포함해 모두 3909명의 단체장과 의원 및 교육감을 뽑는 지방선거도 제대로 치러야 한다. 더욱이 세월호와 같은 대형 참사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투표를 통해 책임 있는 지방행정 일꾼과 지방의원들을 선발함이 마땅하다.

지방자치가 실시된 이후 각종 인허가권을 비롯해 중앙정부의 권한이 대폭 지방정부로 넘어간 지도 오래됐다. 따라서 대규모 안전사고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정신이 제대로 박힌 지방정부를 세우는 것이 필수적인 일이 됐다. 체육관이나 백화점, 대형 식당 등 다중집합시설의 안전관리를 관할 지자체가 수시로 챙긴다면 그만큼 시민생활이 위험에 빠지는 일은 줄어들 것이다.

정부가 세월호 사건으로 혼쭐이 난 나머지 국가안전처를 만들겠다고 발표했지만 어디까지나 사후의 대책일 뿐이다. 홍수, 산불 같은 재해나 대형 안전사고 등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는 시민들과 가장 가까이서 호흡하는 시·군·구·읍·면·동 단위의 말단 행정 공무원들의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바로 이런 공무원들을 지휘하며 함께 일할 일꾼들을 뽑는 지방선거를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세월호 사고로 선거를 축제 분위기로 치르지는 못하겠지만 적어도 안전과 관련된 후보들의 공약은 따져 물어야 한다. 그렇게 하는 것이 세월호 희생자들에 대한 도리이다. 언제까지나 비탄과 애도 속에 넋을 잃고 투표장에 가지 않거나 선거에 무관심한 것은 또 다시 역사에 죄를 짓는 것과 마찬가지다. 지방선거에 대한 진지한 관심과 참여가 세월호 희생자와 실종자들에 대한 의무를 다하는 것은 물론 후손들에게 안전한 나라를 물려주는 지름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