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아직 여유 있을 때부터 환율 급락 경계해야
입력 2014-05-07 02:01
황금연휴가 시작되기 전날인 지난 2일 원·달러 환율이 종가 기준으로 5년8개월여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원·달러 환율은 이날 전 거래일보다 2.9원 하락한 달러당 1030.3원에 거래를 마쳤다.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는 가운데 우리나라 경상수지 흑자가 이어지고 있으며 월말과 연휴를 앞두고 수출업체의 네고 물량(달러 매도)이 집중되면서 환율이 급락했다.
최근 한 달 새 원·달러 환율이 4% 이상 급락하면서 적정 환율 수준에 대한 논란도 일고 있다. 특히 국내외 기관들이 상반된 주장을 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원·달러 환율의 장기균형 수준을 추정한 결과 5% 내외로 고평가됐다”면서 “달러당 1122∼1134원이 적정 환율”이라고 말했다. 반면 국제통화기금(IMF)은 “원·달러 환율이 균형 수준보다 8%가량 저평가됐기 때문에 추가적인 환율 하락이 필요하다”며 정반대의 논리를 펴고 있다.
문제는 미국 재무부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한국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을 비판하고 나선 점이다. 미 재무부는 지난달 15일 의회에 제출한 각국 환율정책 보고서에서 “한국 당국은 경상수지 흑자가 늘고 있는데도 원화가치 상승(환율 하락)을 저지하려고 외환시장에 개입해 왔다”고 말했다. 미 재무부는 “한국 당국은 외환시장이 혼란스러운 예외적인 상황일 때에만 개입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내정간섭이나 다름없는 발언이다.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면 수출업체의 채산성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 대기업보다는 중견·중소기업이 더 큰 피해를 입게 된다. 글로벌 수준의 한국 기업들이 해외 생산 비중을 늘리기 때문에 국내 일자리도 줄어들게 된다. 여러 가지 부작용을 감안하면 기준금리를 전격적으로 낮추는 것도 쉽지 않다. 정부는 미 재무부의 비판을 희석시킬 논리를 개발하고, 외환 수급 변동과 단기자본 유출입 등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더욱 위축되고 있는 내수를 살리는 정책도 과감하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 업계는 생산원가와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고, 기술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방안을 마련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