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불안하다, 지하철까지 추돌하는 건 또 뭔가
입력 2014-05-03 04:45
지하철에서도 우려하던 일이 터지고 말았다. 세월호 침몰 사고로 인해 전 국민이 충격과 분노, 슬픔과 비통 속에 잠겨 있는 터에 많은 승객들이 다치는 지하철 사고까지 발생해 국민의 안전 불안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각종 선박과 주요 시설물에 대한 안전 점검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지하철 열차 추돌 사고까지 발생한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2일 오후 3시32분쯤 서울 지하철 2호선 상왕십리역에서 잠실 방향으로 가는 열차가 앞에 멈춰선 열차를 추돌했다. 이 사고로 승객 230여명이 다쳤다. 이날 사고는 뒤따르던 열차가 앞에 가는 열차가 정지한 것을 뒤늦게 보고 급정거했으나 속력을 제때 줄이지 못해 뒷부분을 들이받으면서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번 사고는 자동 안전거리 유지 장치가 고장 났기 때문으로 추측된다”며 “해당 장치가 왜 고장 났는지 더 조사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 지하철이 운영하는 모든 열차에 앞뒤 열차의 안전거리를 유지하는 장치가 설치돼 있는데 이 장치가 고장났다는 것은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모든 객차에 승객을 콩나물시루처럼 태우고 출퇴근을 하는 시간에 열차의 핵심 장치 결함으로 사고가 났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생각만 해도 소름이 돋는다. 또한 사고 후에도 승객들은 열차 내에서 안내방송을 듣지 못해 스스로 비상문을 열고 맞은 편 선로를 따라 대피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때 승객들이 피신한 선로로 후속 열차가 들어왔다면 상상하기 어려운 참사가 벌어졌을 것이다.
극도로 불안한 가운데 어두컴컴한 선로를 따라 도망치듯 대피한 승객들에게 대한민국의 안전을 믿어 달라고 호소한들 누가 믿겠는가. 세월호 침몰 사고 당시 ‘선실에서 기다리라’는 안내방송을 하고 탈출한 선장과 선원들이나 사고가 났는데 안내방송도 하지 않은 지하철이나 국민의 안전을 뒷전으로 하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모두 천인공노한 작태가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