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하철 추돌 사고] 비상제동 했지만…자동정지장치 작동 안한 듯

입력 2014-05-03 04:26

서울 상왕십리역 열차 추돌 사고의 원인으로는 열차 기계 결함, 기관사 과실, 지하철 신호 등 운영 시스템 이상 등이 거론된다. 정밀 조사를 통해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겠지만 열차 자동정지 장치(ATS·Automatic Train Stop) 미작동이 유력한 원인으로 추정된다.

정수영 서울메트로 운영본부장은 2일 “열차 신호등이 진행 신호에서 정지 신호로 갑자기 바뀌어 후속 열차 기관사가 비상 제동을 걸었는데 제동거리를 확보하지 못해 추돌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도 “열차 간 안전거리를 유지하는 ATS에 문제가 생겨 추돌 사고가 발생한 것 같다”고 말했다. 두 명 모두 ATS의 이상을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서울 지하철은 모든 열차에 안전거리 유지 시스템이 탑재돼 있다. 지하철 2호선은 기관사가 수동으로 운전하지만 앞 기관차와의 거리가 200m 이내가 되면 ATS가 자동으로 작동해 안전거리를 유지하도록 하고 있다.

ATS 기능을 갖춘 열차는 기관사가 선로변에 설치된 지상신호기 조건에 따라 그 지점에서 제공받은 정보를 다음 구간까지 기억하고 운전한다. 200m 이내에 다른 열차가 있을 경우 경보음이 울리고 속도를 줄이게 된다. 그런데도 사고가 발생했다는 것은 위급상황 시 열차를 자동으로 세우는 ATS가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추돌 사고를 낸 열차는 1991년식이다. 보증기간(15~20년)이 지난 노후 차량이어서 ATS에 이상이 발생했을 수 있다.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ATS가 고장난 건 거의 처음”이라며 “이때까지 이런 일이 없어 조사에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시 다른 관계자도 “이번 사고는 ATS가 고장났기 때문으로 추측된다”고 말했다.

승강장에 열차가 정차해 있고 후행 열차가 ATS의 안전거리 안으로 접근한 위험 상황인데도 이를 관제 시스템이 인지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열차 운행을 총괄하는 서울메트로 종합관제센터의 상황보고가 지연됐거나 종합관제센터의 관제 소홀 가능성이다. 종합관제소는 각 열차의 운행 상황을 보고받고 이를 앞뒤 열차에 전달하고 운행을 관제하는 곳이다.

기관사가 정지 신호를 늦게 봤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서울메트로 측은 “기관사들은 평소에 육안으로도 열차 간 거리를 확인하긴 하지만 대부분 자동정지 장치에 의존한다”며 그럴 가능성을 낮게 봤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런 사례가 없어 원인 파악에는 시간이 다소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라동철 선임기자 rdch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