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하철 추돌 사고] 승무원·관제소, 위기상황 제대로 파악 못했다

입력 2014-05-03 04:24


서울 지하철 2호선 상왕십리역에서 2일 발생한 열차 추돌 사고는 안전운행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시민들이 자주 이용하는 지하철의 특성상 이중, 삼중의 안전 시스템이 갖춰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찔한 사고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이중, 삼중 안전장치 제대로 작동 안한 듯=서울시 등에 따르면 이날 사고는 열차 자동정지 장치(ATS) 등이 작동하지 않았거나 오작동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앞뒤 열차 간격이 200m 이내로 줄어들면 열차는 자동 정차한다. 또한 이 장치가 작동하지 않으면 승무원은 육안으로 확인하며 수동 운전하게 된다.

이날 사고가 발생한 구간은 약간의 곡선구간이었다. 하지만 승무원이 통제 못할 만큼은 아니었다는 게 서울메트로 측의 해명이다. 더구나 승무원이 앞뒤 열차 간격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하면 종합관제소에서 간격을 떨어뜨릴 것을 해당 열차에 직접 경고하게 된다.

그러나 이날 사고 당시 종합관제소도 앞선 열차의 고장 상황을 제대로 경고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메트로에 따르면 종합관제소 열차 운행 상황판은 정상으로 작동했다. 다만 선로에서 열차 간격이 가까울 때 경고해주는 신호 시스템에 이상이 생겼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서울메트로 측의 설명이다.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선로에서 특정 거리를 유지 못할 경우 열차에 신호를 쏴주는 시스템이 있고, 열차에서는 신호를 받은 뒤 스스로 정지시키는 내부 장치가 있는데 어디서 문제가 발생했는지 아직 확인이 안 된다”고 말했다.

결국 이번 사고는 이러한 이중, 삼중의 안전장치들이 모두 작동하지 않은 결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서울메트로 측은 “있을 수 없는 일이 발생했다”면서 “일단 사고 원인을 단정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차량기지에 사고 열차를 가져가 전문가들의 정밀 진단을 거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사고 후 조치는 적절했나=서울메트로는 이날 오후 3시30분 사고 직후 승강장에 있던 앞쪽 열차 승객들에게 승강장으로 대피토록 방송했다고 밝혔다. 또한 승객이 다 대피한 것을 확인한 뒤 승무원이 나왔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뒤쪽 열차였다. 사고가 난 상황에서 ‘열차 안에 대기하라’는 방송이 흘러나왔기 때문이다. 이후 서울메트로는 오후 3시34분 종합관제소에서 반대편으로 들어오는 열차를 상왕십리역 진입 전 정차시켰다. 이어 3시35분부터는 승무원이 객차 사이를 이동하며 반대편 승강장 쪽 출입문으로 대피를 유도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사고 후 충격 등으로 부상자가 발생한 상황에서 승객들은 이 5분간 상황 파악이 되지 않아 열차 내에서 불안에 떨어야 했다. 신속한 안내방송으로 승객들의 궁금증을 풀어주고 안전한 행동요령을 안내해야 했는데 이 점을 소홀히 했다는 것이다. 일부 승객들은 대형 사고로 이어질까 불안에 떨다 승무원이나 역무원의 안내가 없었는데도 직접 수동으로 출입문을 열고 터널을 걸어 대피했다.

한 트위터 이용자는 사고 직후 “출발하던 전동차가 뒤에서 받혀서 갑자기 멈춤. 방송 없음. 보다 못한 남자 승객들이 문을 열어 현재 전철에서 사람들 내리는 중”이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에 대해 서울메트로 측은 “승무원이 운전실에서 방송만 할 상황이 아니라 직접 가서 출입문을 열었다”며 “오후 4시 소방 당국이 터널 속에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인한 뒤 4시40분쯤 반대쪽 통행을 재개했다”고 말했다.

최정욱 기자 jw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