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하철 추돌 사고] 앞차 정차 중 뒤에서 꽝!…승객 500여명 긴급 대피
입력 2014-05-03 04:15
연휴를 앞둔 2일 오후 3시30분쯤 서울 신당역에서 승객을 태우고 상왕십리역으로 달리던 지하철 2호선 2260열차는 평소와 다름없는 상태로 운행하고 있었다. 서울 지하철의 모든 열차에는 ‘열차 자동정지 장치(ATS)’가 탑재돼 있다. 앞뒤 열차의 안전거리 200m는 이 장치를 통해 자동으로 확보된다.
그런데 이날 ‘전례 없는’ 문제가 발생했다. 2260열차의 자동정지 장치가 말을 듣지 않았다. 상왕십리역에는 2258열차가 승객을 태우기 위해 정차 중이었지만 막 곡선 선로를 빠져나온 2260열차 기관사 엄모(45)씨는 이를 미처 발견하지 못했다. 뒤늦게 급정차를 시도했지만 그대로 2258열차를 들이받았다. 2260열차의 2번과 5번 객차는 추돌 순간 차체가 들렸다 내려앉으며 탈선했고 2258열차에선 객차와 객차 사이를 잇는 연결기 7개가 끊어졌다.
두 열차에는 승객 500여명이 타고 있었다. 굉음과 함께 열차가 요동치듯 흔들리면서 승객들은 몸을 가누지 못하고 넘어졌다. 내부 조명까지 꺼져 열차 안은 아수라장이 됐다. 승강장을 벗어나지 않았던 2258열차 승객들은 추돌 직후 승강장으로 대피했다. 서울메트로에 따르면 2260열차의 맨 뒤칸에 있던 차장이 매뉴얼에 따라 우선 “안전을 위해 열차 안에서 대기하라”는 안내방송을 했다. 사고를 파악한 관제실에서 반대편 선로의 열차 운행을 중지한 오후 3시35분부터는 차장이 직접 열차 앞쪽으로 이동하며 사고로 자동개폐 장치가 작동하지 않는 출입문을 열어 승객들의 대피를 유도했다. 추돌 충격에 부상을 입은 엄씨도 승객들의 대피를 돕다 모두 선로 밖으로 대피한 것을 확인한 뒤 병원으로 이송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일부 승객은 직접 출입문을 열고 열차 밖으로 나섰다. 승객들은 선로를 따라 걸어서 맞은편 승강장으로 향했고 오후 4시쯤 전원 대피했다. 맞은편 선로(외선)는 그로부터 4분 뒤 열차 운행이 재개됐고 사고가 발생한 선로(내선)에선 오후 5시부터 복구작업이 시작됐다.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열차는 72시간마다 일상점검을 하도록 돼 있는데 직전 점검에서 아무 문제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 사고로 전체 승객의 절반가량인 238명이 부상을 입고 인근 병원 13곳에 분산돼 치료를 받았다. 76명이 입원해 진료를 받았고 162명은 간단한 치료를 마친 뒤 귀가했다. 부상자 중에는 바레인과 중국 여성 등 외국인도 2명 포함됐지만 모두 경상인 것으로 전해졌다.
3명은 중상을 입었다. 기관사 엄씨는 어깨뼈 골절, 승객 이모(80·여)씨는 쇄골 골절로 각각 수술을 받았다. 50대 남성 최모씨는 뇌출혈 증상을 보여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았다.
강형구 한양대 응급의학과 교수는 “환자 대부분이 목과 허리의 인대를 다치거나 타박상을 입어 입원이 필요한 정도는 아니었지만 세월호 사건 때문에 사고에 대한 두려움이 컸다”며 “급정거 충격으로 서 있던 승객들이 넘어지면서 무릎과 허리 등의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비 오는 퇴근길 차량으로 붐비던 상왕십리역 삼거리 일대 도로는 사고 수습을 위해 긴급 출동한 구급차와 소방차가 길가에 늘어서고 경찰차, 경찰버스까지 가세하면서 한때 교통이 마비됐다.
전수민 기자 suminis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