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참사] 해상훈련서 승객 탈출훈련 빼놓더니… 구조현장 갈팡질팡

입력 2014-05-03 03:11

해경이 지난 3월 사고 대응을 위한 대규모 해상종합훈련을 실시하면서 승객 탈출 훈련은 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해난사고 발생 시 인명구조라는 가장 중요한 훈련을 빠뜨린 것이다. 이는 세월호 침몰 사고 때 해경이 효과적인 구조 활동을 하지 못한 이유로 지적되고 있다.

해경은 세월호 침몰 사고가 발생하기 약 한 달 전인 지난 3월 11∼14일 목포 인근 해상 및 육상에서 해상종합훈련을 실시했다. 당시 훈련 목표는 완벽한 해상임무 수행과 해양사고 대응능력 향상이었다. 훈련은 불법조업 외국선박 검문검색, 해상시위 진압, 인명구조, 응급환자 처치, 선박화재 진압, 해양오염 방제, 비상조타 등 9개 부문 24개 종목에 걸쳐 실시됐다. 훈련에는 서해지방해양경찰청과 목포해경 소속 3009함 등 경비함정 11척과 해경 251명이 참가했다. 해경은 당시 “해상 사고 발생 시 수색·인명구조 및 생존술 강화훈련 등 실제와 동일한 상황을 부여해 최적의 위기상황 대응 능력을 구축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불과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발생한 세월호 침몰 사고에서 해상종합훈련은 거의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 정작 중요한 훈련은 빠뜨렸기 때문이다. 해경은 해상종합훈련 때 침몰 중인 선박에서 승객들을 탈출시키는 훈련은 하지 않았다. 해경은 세월호 사고 직후 승객 구조 과정에서 선체 내부로 진입해 승객에게 퇴선 명령을 내리지 않아 인명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세월호 침몰 사고 후 조사 과정에서도 해경과 관련해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해경은 세월호 선장 이준석(69)씨가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을 당시 목포 해경 직원의 아파트에서 머물도록 한 것으로 확인됐다. 많은 인명피해를 초래한 책임이 있는 이씨가 유치장이 아닌 해경 직원의 개인 집에서 함께 머문 것이다. 이씨에 이어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은 승무원 4명도 수사 당국의 묵인 하에 모텔에서 함께 머문 것으로 알려지면서 승무원들이 입을 맞췄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해경은 인권 침해 등의 이유로 이씨의 신변을 구속할 권한이 없다고 했지만 사고 원인을 규명할 결정적인 인물 관리에 허점을 드러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해경은 “피의자 신분이지만 구속영장이 청구되기 전이었고 본인의 얼굴이 알려지면서 신변 안전을 위한 조치였다”고 해명했다.

세월호 사고 당시 해양경찰청 지휘부의 행태에 대해서도 비난이 일고 있다. 김석균 해양경찰청장은 상황실을 비운 채 헬기를 타고 여객선이 가라앉는 장면을 지켜만 봤고 현장 지휘관은 청장 영접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김 청장은 지난달 16일 오전 사고 소식을 듣고 인천에서 해경 소속 챌린저 비행기를 이용, 전남 무안공항으로 왔다. 이어 공항에 대기하던 수색용 헬기를 타고 사고 현장으로 날아갔다. 사고 발생 3시간이 지나 현장에 도착한 김 청장은 헬기 안에서 세월호가 선수만을 남긴 채 물속으로 가라앉는 장면을 지켜봤다. 김 청장은 이후 중앙구조본부가 설치된 서해지방해양경찰청으로 이동해 대책 회의를 했다. 김 청장이 지휘부를 떠나 공백이 생긴 3시간 동안 해경은 우왕좌왕했다. 구조대가 뒤늦게 현장에 도착한 데다 선장 등 승무원 구조에 신경 쓰느라 선실 내 승객 구조는 조기에 포기하는 등 초동 대응에 실패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목포=장선욱 김영균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