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참사] 사고 직후 ‘자중지란’… 승객 구조 시기 놓쳐

입력 2014-05-03 02:44

‘특공대는 헬기 없어 출동이 늦고 고속함정은 아예 못 띄우고….’ 세월호 침몰 사고 직후 서해지방해양경찰청이 자중지란에 빠져 촌각을 다투는 재난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인명 구조에 신속히 투입돼야 할 잠수 특공대와 고속함정의 손발을 스스로 묶은 것이다.

서해청은 16일 오전 8시58분 침몰사고 신고를 접수한 직후 헬기를 이용해 수중 구조작업에 탁월한 특공대를 현장에 급파하도록 했다. 서해청의 당일 상황보고서에는 목포항공대에 ‘특공대 요원 편승 이륙 구조지원’을 하라고 긴급 지시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그러나 당시 서해청 소속 헬기 3대는 특공대를 한 명도 태우지 못했다. 목포항공대 B511헬기는 항공구조사 2명만 태우고 사고해역을 향해 이미 이륙했고, B512헬기는 중국어선의 불법어업 단속을 위해 가거도 해상에 출동한 3009함에 실려 있는 상황이었다. 나머지 헬기 1대는 고장이 나 수리 중이었다. 서해청 특공대는 결국 전남경찰청 헬기를 얻어 타고 세월호가 완전히 뒤집혀 잠긴 오전 10시30분을 훨씬 넘겨서야 현장에 도착했다. 특공대는 세월호 진입을 시도했지만 물살이 거세 선내 진입에 실패하고 한 명도 구하지 못한 채 철수했다. 특공대는 뱃머리만 수면 위로 남겨놓은 세월호에 침몰 위치를 표시하는 ‘부표’를 매다는 데 그쳤다.

특공대를 태우지 못한 해경 헬기는 세월호 상공에서 오히려 구조작업의 장애물이 됐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해경 123정이 ‘퇴선명령’을 내렸지만 해경 헬기의 시끄러운 프로펠러 소리로 인해 선내 승객들에게 전달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해경 123정은 세월호와 60∼70m 거리에서 “전원 바다로 뛰어내리라”는 방송을 수차례 했다며 언론 등을 상대로 당시 상황을 재현한 바 있다.

서해청 특공대와 함께 완도 해경 등의 특공대와 가거도 해상에 있던 3009함의 B512헬기도 뒤늦게 사고해역에 투입됐다.

사고해역을 관할하는 목포해경의 최신형 고속함정 11척도 무용지물이었다. 당시 중국어선 단속에 투입된 4척을 제외한 7척이 목포해경 전용부두에 ‘비상대기’하고 있었지만 운항할 승무원이 교대근무로 자리를 비우는 바람에 출동하지 못했다. 고속함정의 운항인력을 비상대기조에 포함시키지 않아 잠수요원(122구조대)들이 제때 출동하지 못한 것이다.

목포=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