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참사] ‘조문 연출’ 논란 할머니 “‘박사모’ 회원 아냐”… 묻지마 의혹 제기 도 넘었다
입력 2014-05-03 02:31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세월호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찾았을 때 손을 잡아주며 위로했던 할머니는 희생자 유족이 아니라 조문 온 동네주민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네티즌 사이에선 이 할머니를 둘러싸고 ‘조문 연출’ 논란이 일었고 청와대 측은 “섭외한 게 아니다”라며 부인한 상태다.
그러나 이 할머니가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 회원이라며 일부 네티즌이 제기한 의혹은 사실무근으로 드러났다. 어설픈 ‘구글링’(구글 검색으로 신변정보를 얻는 것)이 부른 ‘묻지마 의혹 제기’가 2차 피해자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조문 연출 논란은 박 대통령 조문 직후 이 할머니의 옷차림과 손톱 매니큐어 등이 유족들과 다르다는 주장이 제기되며 불거졌다. 희생자 유족들 사이에서도 “처음 보는 사람”이라는 말이 나왔다. 인터넷에선 박 대통령이 만나기 편하도록 청와대가 섭외한 인물이라는 의혹이 나돌았다.
그러자 이 할머니의 아들이 1일 언론 인터뷰를 통해 “평범한 동네 주민인 어머니가 아침 일찍 가서 분향하신 것일 뿐”이라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합동분향소를 찾아가 유족이 아닌 다른 조문객의 손을 잡고 위로한 상황이 됐다.
인터넷에서는 이 할머니가 박사모 회원이라며 과거 행사에 참석했던 사진이 나돌았다. 이 사진에는 박사모를 상징하는 붉은색 티셔츠를 입은 할머니가 전국 회원 정기 모임에 참석한 모습이 들어 있었다. 일부 네티즌은 인상착의가 비슷하다는 이유로 이 할머니를 ‘박근혜 할머니’라 단정, 사진을 인터넷 곳곳에 퍼날랐다.
논란이 커지자 박사모 측은 중앙위원회까지 열고 사진 속 인물을 찾아냈다. 그는 박사모 여성 부위원장으로 활동하는 송모(56·여)씨로 합동분향소에서 박 대통령과 만났던 할머니와는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
박사모 회원들은 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세월호 참사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이들이 한 여성회원의 사진을 이용해 ‘박근혜 할머니’ 연출설의 주인공으로 만들어버렸다”고 비난했다. 송씨도 “나는 현재 경주에서 산불감시원으로 일하고 있는데 어떻게 안산에 있었겠나”라며 “아니면 말고 식으로 허위 사실을 유포하는 바람에 내 얼굴이 인터넷에 떠돌고 있다”고 말했다.
정광용 박사모 중앙회장은 “‘묻지마 의혹 제기’가 도를 넘었다”며 “세월호 참사의 비극을 이용하는 모든 시도를 중지해 달라”고 말했다. 박사모와 송씨는 허위 사실을 최초 유포한 이를 찾아 처벌해 달라며 2일 서울중앙지검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