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참사] 예금보험공사…유병언 각서 한장에 빚 140억 탕감

입력 2014-05-03 03:47

예금보험공사가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각서 한 장에 140억여원의 빚을 탕감해준 것으로 드러나 예보의 부채회수 조치가 지나치게 허술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예보는 2009년 ㈜세모 법정관리 과정에서 유 전 회장으로부터 ‘감면 요청일 전부터 소유하고 있던 재산 외에 별도의 재산이 발견되면 감면 내용을 무효로 하고 채무 전액을 상환하겠다’는 각서를 받고 채무를 탕감해줬다고 2일 밝혔다.

당시 유 전 회장이 예보 측에 진 빚은 147억원이었다. 유 전 회장은 채무조정 요청서를 냈고, 6억5000만원만 갚은 뒤 약 140억원을 면제받았다.

1997년 8월 세모의 부도로 대출 금융기관들은 2200억여원의 손실을 떠안았고 종금사 3곳(신세계, 쌍용, 한솔) 등 5곳은 파산했다. 예보는 예금자 보호를 위해 공적자금을 투입했다.

예보 관계자는 “당시 조사했을 때 유 전 회장의 별도 재산이 발견되지 않아 각서를 받고 채무를 탕감해줬다”고 말했다. 예보 측은 당시에는 포괄적 계좌추적권이 없어 유 전 회장 명의 외 다른 재산은 들여다볼 수 없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세월호 침몰과 관련, 유 전 회장이 수백억원대 전 재산을 위로금으로 내놓겠다고 밝힌 점에 비춰 예보가 애초에 재산 추적을 제대로 못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부채탕감 후 별다른 재산 추적도 안해 직무유기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다른 예보 관계자는 “원칙적으로 채무 감면 이후에는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거나 은닉재산 신고가 들어온 경우에만 조사한다”며 “현재 유 전 회장 일가 문제점이 불거지고 있기 때문에 계좌추적권을 통해 은닉 재산을 발견하면 나머지 채무를 회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은애 기자 limitle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