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참사] “사고 해역 관장 맹골 죽도등대 유인화를”… 해수부, 섬 주민 요구 묵살

입력 2014-05-03 02:19

세월호 침몰 사고 해역인 전남 진도군 맹골수도(孟骨水道) 인근 섬 주민들이 사고 해역을 관장하는 등대의 유인화를 수차례 요구해 왔으나 해양수산부가 묵살한 것으로 드러났다.

2일 진도 조도 어민 등에 따르면 해수부는 2009년 맹골수도 옆 맹골도리 소재 ‘맹골 죽도등대’를 원격조종이 가능한 무인화 시스템으로 전환했다.

진도군 조도면 맹골도와 거차도 사이의 맹골수도는 물살이 맹수처럼 거칠고 빠른 데서 유래해 이름이 붙여졌다. 2002년부터 10년간 맹골수도 인근 해상에서 발생한 해난 사고는 무려 58건에 이른다.

무인화 이전 이 등대에는 등대장과 직원 3명 등 4명이 24시간 상주하며 등대 관리는 물론 선박 충돌 사고 예방 등의 업무를 수행해 왔다. 어민들은 하루 평균 수백 척의 여객선과 화물선이 통과하는 길목을 지키는 등대가 무인화되자 지난해 해수부에 유인화 전환을 요구했다. 안개나 수많은 선박 통행으로 인한 사고 위험이 높아지고 등대 고장 시 보수작업이 장기화되는 등 해상 사고의 위험이 높다는 이유를 들었다.

어민들은 지난해 7월 맹골 죽도등대를 유인화해 달라고 해수부에 인터넷 민원과 서면 건의를 제기했다. 지난해 12월에도 이장과 여객선 선장, 어촌계장 등 50명의 서명을 받아 진도군수 이름으로 등대 유인화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제출했다.

어민들은 “죽도등대에서 세월호가 침몰한 사고 지점은 2㎞가량 떨어져 있어 육안으로도 잘 보인다”며 “직원이 상주해 있었다면 세월호의 초기 이상 징후를 감지해 구조작업이 신속하고 원활하게 펼쳐졌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진도=김영균 기자 ykk22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