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참사-단독] 청해진해운, 실무진 반대에도 세월호 수입… 선박 모두 매각 위기 맞았다

입력 2014-05-03 02:54


청해진해운 경영진이 내부 실무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중고선박인 세월호의 수입을 강행했다가 취항 후 매월 3억원 이상의 적자를 봤던 것으로 조사됐다. 청해진해운은 인천∼제주 항로 독점권을 유지하기 위해 세월호 추가 투입을 결정했다. 그러나 이는 곧 유동성 위기로 연결됐고, 청해진해운은 세월호 취항 반년 만에 보유 선박 5척을 차례로 매각하는 등 구조조정 방안 마련에 들어갔다고 한다.

인천지검 특별수사팀은 최근 청해진해운 인천지사에서 선박 매각 계획 등이 담긴 구조조정 계획안과 관련 회의록 등을 압수한 것으로 2일 확인됐다. 검찰이 확보한 계획안에는 2∼3년 내에 인천과 제주를 오가는 세월호와 오하마나호, 데모크라시5호(인천∼백령도) 및 오가고호와 데모크라시1호(여수∼거문도) 등 선박 5척을 순차적으로 팔고 일부 신규 선박을 매입하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세월호, 오하마나호, 오가고호는 여러 해외 중고선박 매매 사이트에 매물로 나와 있다.

청해진해운이 핵심 수입원인 선박을 매각하려 한 것은 자금 사정이 급격히 악화됐기 때문이다. 세월호 도입이 화근이 됐다. 청해진해운은 2012년 10월 일본에서 선령 18년이 된 세월호를 116억원에 수입해 30억원을 들여 증축했다. 그런데 당시 실무진에서는 세월호 도입을 수차례 반대했다고 한다. 청해진해운 한 간부는 “계약금으로 준 10억원을 떼이더라도 세월호를 수입해서는 안 된다고 보고했었다”며 “인천∼제주 항로에서 대형 여객선 2척을 운항하는 것은 수익성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경영진은 실무진 의견을 수용하지 않고 지난해 3월부터 세월호를 취항시켰다. 청해진해운 대주주인 ㈜천해지, 지주회사인 아이원아이홀딩스 등 ‘윗선’에서 이를 결정했을 가능성이 크다.

실무진의 우려대로 세월호는 ‘돈 먹는 하마’가 됐다. 1척만 운항할 때는 인천∼제주 노선 수익성이 양호했지만 세월호 추가 투입으로 비용은 200% 늘어난 반면 매출은 140% 정도 증가에 그치면서 실적 악화를 가져왔다. 한 달에 3억5000만원 안팎의 적자가 발생했다고 한다. 더군다나 세월호는 선령이 5년이나 더 된 오하마나호보다 운항 시간도 1시간 더 걸렸고, 연료 소비량도 연간 12억원어치가 많이 드는 등 당초 분석보다 효율성이 떨어졌다.

청해진해운은 결국 같은 해 9월부터 세월호 매각을 포함한 구조조정 계획 수립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빚을 내 취항한 지 반 년 만에 매각을 검토하다 보니 선박 관리·수리 등은 뒷전으로 밀렸고, 과적 등 무리한 운항으로 최대한 수익을 뽑아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한 직원은 “세월호는 애초 들여오지 않는 게 답이었다”고 했다.

청해진해운이 무리하게 제주 노선에 선박을 추가로 넣은 것은 운항 독점권을 유지하기 위해서였다. 청해진해운은 20년간 인천∼제주 운항을 독점했는데, 이는 3년간 평균 승선율이 35%를 넘지 않으면 신규 면허를 내 주지 않는 제도 덕분이었다. 그런데 정부가 2012년부터 규제 완화 차원에서 승선율 조건을 25%로 낮췄고, 인천∼제주 역시 경쟁 노선 체제로 바뀔 가능성이 높아졌다. 청해진해운으로서는 선박을 추가 투입해서라도 경쟁 업체의 진출을 막으려 했다는 설명이다. 청해진해운 간부는 “다른 회사들도 탐내는 항로이다 보니 노선을 지켜야 한다는 주장이 강했다”고 말했다.

지호일 기자, 목표=문동성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