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의 영성] 사막의 분노 극복법

입력 2014-05-03 02:39

현대에 들어와 성공한 비즈니스 분야 중 하나는 인간 내면에 평안을 주는 정신 건강 사업이다. 통계에 따르면 10년 전 미국 인구의 3분의 1이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고 하니 머지않아 우리도 비슷한 수치를 갖게 될 것이다. 특히 분노를 다루는 문제는 기독교 출판계에서도 인기 있는 주제가 되었다. 교회 역사상 처음으로 분노에 관심을 쏟은 사람들은 사막 수도사들이었다. 이제 그들이 터득한 방법을 살펴보자.

분노 못다스리면 정욕도 제어 안 돼

사막 교부들이 가진 공통된 능력은 분노를 다스릴 줄 아는 것이었다. 이들은 전혀 화를 내지 않았고 어떤 사람도 화나게 만들지 않았다. 완성의 경지에 도달한 인격을 나타냈다. 한 수도사가 원로 이시도어에게 “왜 마귀들이 당신을 그렇게 무서워할까요?”라고 묻자 그는 “내가 수도사가 된 이후 나의 금욕 훈련이 화를 내도록 내버려 두지 않았기 때문입니다”라고 대답했다.

이시도어는 40년 동안 한 번도 화를 내고 싶은 유혹에 빠진 적이 없다고 말했다. 수도사들에게 분노를 극복한다는 것은 다른 많은 부정적인 정념들도 다스린다는 것을 의미했다. 원로 히페레키우스는 “화가 났을 때 혀를 제어하지 못하는 사람은 정욕도 제어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사막교부들은 분노를 다스리는 데에는 단계가 있다고 보았다. 초보 단계는 주의 명령을 따라 악을 악으로 갚지 않는 것이다(롬 12:17). 주님은 “욕을 당하시되 맞대어 욕하지 아니 하시고” 모범을 보여주셨다(벧전 2:23; 3:9). 중급 단계는 모욕을 당해도 내적 평안을 잃지 않는 것이다. 밖으로는 욕을 하지 않는 사람이 안으로 분노가 끓어오르고 보복하고 싶은 마음을 가졌다면 초보 단계에 있다. 고급 단계는 다른 사람을 분노케 하여 죄를 짓게 만든 자신의 연약함을 슬퍼하고 분노하는 것이다. 수도사들에게 화내는 것이 허용됐던 유일한 분노는 단 하나, 죄에 대한 것이었다.

그들은 어떻게 분노로부터 완전히 자유롭게 되었을까. 물론 분노를 완전히 통제하기까지는 많은 시간을 훈련해야만 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사막에서 사용된 몇 가지 방법을 살펴보자.

화나는 상황에서 도망치라

첫째, 분노가 가져올 악한 결과를 생각하고 어떤 경우에라도 분노하지 않겠다고 결심하는 것이다. 원로 아가톤은 “화를 내는 사람은 비록 그가 죽은 사람을 살려낸다고 해도 하나님께 영접 받을 수 없다”고 경고했다. 분노는 하나님과 우리 사이를 멀리 떼어놓는 것이기에 기적마저도 둘 사이를 연결할 수 없다고 보았다. 그래서 수도사들은 누구에게도 화를 내지 않고 살기로 늘 다짐했다.

원로 로마누스가 임종하게 되었을 때 제자들이 “사부님,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합니까”라고 물었다. 로마누스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누군가 내가 시킨 대로 하지 않는다고 해도 화를 내지 않겠다고 늘 결심했다네. 그런 결심이 없는 상태에서는 누구에게 무슨 일도 시킨 적이 없었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지금까지 평화롭게 살아왔네.”

둘째, 화나게 만드는 사람이나 상황으로부터 즉각 벗어나는 것이다. 원로 이시도어는 “어느 날 나는 물건을 팔러 시장에 갔는데 화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물건들을 그대로 두고 도망쳤습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원로 존도 같은 방법을 사용했다. 어느 날 밭에서 일하던 존은 한 형제가 이웃에게 화를 내는 것을 보고 “너도 그렇구나”라고 말하고는 추수하던 일을 그만두고 도망을 쳤다. 수도사들은 화가 나면 그 즉시 물건, 일마저 버려두고 도망을 쳤다. 소극적인 방법이지만 그 자리에서 화를 내고 서로 상처를 주고받는 것보다는 피난처로 물러나는 것이 더 지혜로운 길이다.

셋째, 평소에 받는 모욕을 통해 화를 참는 데 익숙하도록 훈련하는 것이다. 원로 이사야는 “수련 수사에게 가장 유익한 것은 모욕이다. 모욕을 참고 견디는 사람은 날마다 물을 공급받는 나무와 같다”고 말했다. 수도사들은 누가 화를 내는지 시험해 보려고 일부러 모욕을 주며 시험한 일화들이 많다. 원로 아가톤을 방문한 수도사들은 “당신이 바로 간음한 자요 교만한 사람이라고 소문이 난 그 아가톤입니까?”라고 물었다. 아가톤은 “예 그렇습니다”라고 대답했다. 그들은 다시 물었다. “당신이 바로 항상 허튼 소리만 한다는 그 사람입니까?” 아가톤은 똑같이 “그렇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수도사들은 상대가 모욕을 모두 받아들였을 때에야 검증을 끝내고 그로부터 교훈을 받았다. 우리가 모욕을 받거나 대접을 적절히 받지 못한다면 좋은 훈련 기회로 삼아야 한다.

넷째, 분노를 이길 힘은 주님으로부터 오는 것이기에 수도사들은 늘 이 문제를 두고 기도하였다. 원로 암모나스는 “나는 14년 동안 스케티스 사막에서 살면서 밤낮으로 분노를 이기게 해달라고 기도했습니다”라고 말했다.

주님은 제자들에게 “평안을 너희에게 끼치노니 곧 나의 평안을 너희에게 주노라”(요 14:27)라고 말씀하셨다. 해가 지기까지 말씀이 허용한 시간을 넘어 분을 품는다면(엡 4:25) 이 귀한 주님의 선물을 잃게 된다. 이 선물을 즐기려면 우선 화를 이기겠다는 결심부터 해놓고 기도하자.

김진하 교수 <백석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