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안전예산확충·기구신설에 앞서 치밀한 계획을
입력 2014-05-03 02:44
세월호 참사와 같은 대형 사고가 반복되는 큰 원인 가운데 하나는 재난·안전 분야가 다른 부문에 비해 하위로 분류돼 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린다는 것이다. 올해 재난관리 예산은 9440억원으로 지난해 9840억원에 비해 400억원(4.1%) 줄었다. 정부는 내년 이후의 재난관리 예산도 2015년 8610억원, 2016년 7830억원으로 매년 800억원 안팎으로 감축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안전은 국민의 행복과 직결되고, 중장기적으로는 국가경쟁력의 척도이기도 하다.
박근혜 대통령은 1일 열린 ‘2014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안전에 대한 국가 틀을 바꾸는 데 예산을 우선순위로 배정하고 인력과 예산을 중점 지원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정부는 안전체계관련 예산을 늘리기 위해 도로 등 모든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산업 분야에 대한 지원을 줄이기로 했다. 정부가 성장 일변도로 치달은 예산편성 관행에 뒤늦게나마 제동을 걸고, 안전·재해 예방 예산을 먼저 확보하겠다는 것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안전 중시의 방향은 옳지만 치밀한 계획이 없다. 당장 재난·안전 분야 예산을 늘린다고 해도 예산 배정과 집행을 어디에서 할지, 국가적 안전 시스템 운영을 어떻게 바꿀지 청사진이 없는 것이다. 예산 당국에 따르면 개별 부처에 흩어져 있는 재난·안전관련 예산을 합하면 3조8000억원에 육박한다. 정부는 대통령이 신설 계획을 밝힌 국가안전처에 재해 예방예산을 중점 배정하고, 관련 부처들의 예산도 대폭 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결론적으로 안전 관련 예산 확충은 불가피하지만, 국가안전처 신설은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고 본다. 새 부처에 권한과 예산을 몰아줄 경우 현장을 책임진 실무부처들이 제대로 움직일지 여부도 불투명하다.
박 대통령은 하드웨어뿐 아니라 안전관리 시스템 고도화와 전문가 육성, 교육훈련 등 소프트웨어에도 충분한 투자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옳은 말이다. 오히려 소프트웨어가 하드웨어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고 본다. 세월호 참사에서 보듯 진지한 실습훈련과 안전중시 문화의 정립, 그리고 사업주의 법규 위반에 대한 합당한 처벌이 무엇보다 더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