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청와대, 언제까지 책임회피에 급급할 건가
입력 2014-05-03 02:21
대통령은 국가 경영에 무한책임을 지는 자리다. 국가를 보위하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데 신명을 바쳐야 한다. 청와대 비서실(이하 청와대)은 대통령이 그렇게 할 수 있도록 보좌하라고 만든 조직이다. 그런데 세월호 침몰 사고 수습 과정을 보면 청와대가 제 기능을 전혀 하지 못한다는 느낌이다.
청와대는 1일 오후 보도 참고자료를 통해 “청와대 국가안보실은 재난 컨트롤타워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8월 개정된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을 언급하며 “국무총리와 안전행정부 장관이 컨트롤타워이며, 국가안보실은 안보 분야 위기관리만 관장한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23일 김장수 국가안보실장이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청와대 위기관리센터는 재난 컨트롤타워가 아니다”고 해명했음에도 잘 먹히지 않는다고 판단해 이런 자료를 내놓았다고 한다.
한마디로 코미디다. 법 규정상 청와대 설명이 맞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고 김 안보실장의 해명 발언 후 호된 비판을 받은 청와대가 또 다시 보도자료를 내놓은 이유는 뭔가. 국민들 눈에는 대통령의 책임회피로 보인다. 촛불집회 움직임과 대통령 지지율 추락에 대한 불안감의 표시로 비치기도 한다.
청와대의 답답한 심정을 모르는 바 아니나 이건 들끓는 국민정서를 읽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법무장관과 국회의원, 국방장관과 국회의원을 각각 지낸 김기춘 비서실장과 김 안보실장의 정무적 감각이 이렇게 무딘가 싶어 걱정이다. 이 시점에서 해명성 발언이나 보도자료는 ‘대통령의 무한책임론’과 배치되기 때문에 국민의 이해를 구하기 어렵다는 것을 왜 모르는가.
대통령이 국민의 신뢰를 잃으면 국가위기 극복이 어려워진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의 진심어린 사과로 정면 돌파하기를 권한다. 박 대통령은 2일 종교 지도자들과 만나 “대안을 갖고 앞으로 대국민 사과를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사과를 열 번이고 백 번이고 하고 또 하면 어떤가. 국민들은 박 대통령이 이번 사고와 관련해 아직 고개 숙이는 모습을 한번도 본 적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