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구조 골든타임에 과적 숨기려고만 했다니

입력 2014-05-03 02:11

세월호 선사(船社)인 청해진해운 직원들이 침몰 사고 당시 과적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전산망의 화물량을 축소 조작한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승객들은 선실에서 대기하라고 안내방송을 하면서 세월호를 탈출한 선장·선원들처럼 청해진해운 직원들도 승객의 안위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승객을 구하기 위해 나서도 시원찮을 골든타임에 위법행위를 숨기려고 자행한 반인륜적 망동이 아닐 수 없다.

1일 검경합동수사본부에 따르면 청해진해운 제주 본사의 화물영업담당 직원 이모씨는 지난달 16일 오전 9시38분쯤 인천지사 물류팀장 김모씨에게 전화해 “상황이 심각하게 흘러가니 화물량 수치를 점검하라”며 “적재량이 초과됐으면 다운시키는 게 낫겠다”고 말했다. 김씨는 “그렇지 않아도 확인해 보라고 해서 수치를 조정했다”고 대답했다. 검경이 확인한 결과 김씨는 인천지사 컴퓨터에 기록돼 있던 적재량을 180t가량 줄인 것으로 드러났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어리석은 짓을 한 것이다.

이씨가 김씨에게 전화한 시간은 세월호가 60도 가까이 기울어진 상태로 침몰하고 있어서 승객들의 생명이 큰 위험에 방치된 절체절명의 순간이었다. 통화 내역을 보면 이들은 침몰 사고 전에 과적을 알았고, 과적이 사고 원인이라고 짐작했으며, 이런 사실이 드러나면 처벌을 받게 된다는 것도 알았음이 분명하다. 청해진해운 직원들이 과적에 따른 복원력 훼손을 은폐하기에만 급급했지 승객 구조는 뒷전이었음을 드러낸 것이다. 이들이 구조에 나선 해경에 신속하게 과적 사실을 털어놓고 함께 대책 마련에 나섰다면 안타까운 인명 피해를 줄였을지도 모를 일이다.

세월호 참사를 둘러싸고 청해진해운과 임직원들이 벌인 작태는 용서할 수 없는 천인공노할 짓이다. 검경은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사람들에 대해서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법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가장 무겁게 처벌해야 한다. 이들이 교묘하게 법망을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이중 삼중의 수사망을 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