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종성의 가스펠 로드] (11) 엘살바도르 테콜루카서 다시 만난 다미안
입력 2014-05-03 02:38
“문! 또 만났구나!”
“이게 무슨 일이야? 어떻게 여기까지!”
우연한 만남이 거듭된다는 건 참 신기한 일이다. 다미안(Damian), 독특한 목적을 가지고 여행하는 서른셋 열혈남아다. 그는 알래스카부터 고국 아르헨티나까지 2년 반에 걸쳐 자전거로 종주 중이었다. 그런데 남다른 목표가 있었다.
“아메리카 대륙의 고아원들을 방문하고 있어. 개인주의가 만연한 사회에 이웃을 돌아볼 수 있도록 환기시키는 거지.”
그는 고아원을 방문하면서 만든 영상을 가지고 침을 튀겨가며 1대 1 강의를 했다. 영상 속에는 돌아갈 가정이 없는 고아들뿐만 아니라 장애아이들도 종종 나왔다. 아이들과 즐겁게 어울리는 화면 속 다미안은 무척 행복해 보였다.
“너도 알다시피 여행을 다녀보니 중남미엔 소외된 아이들이 많잖아? 나 역시 그들을 위해 뭔가를 하고자 하는 계획을 세웠어. 고아원 아이들을 위해 기부를 부탁하며 자전거 여행을 하는 거야. 하지만 원칙이 있어. 나에게 기부를 하라는 게 아냐. 당신이 살고 있는 주변 고아원에 관심을 가져달라는 거지. 아이들을 만날 때마다 이 일이 사명임을 확인하곤 해.”
처음 그를 만난 건 니카라과 호수에서였다. 스포츠맨을 연상시킬 정도로 탄탄한 근육질을 자랑하는 그가 먼저 말을 건네왔다. 그는 남성적이되 동료를 챙길 줄 아는 세심함을 가지고 있었다. 항상 내 사정을 봐주며 기다려 주었다. 그도 나와 비슷한 처지였다. 하루에 3∼5달러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오랜 여행에서 얻은 노하우는 둘 다 비슷했다. 난 그에게 한 가지 더 조언해 주었다.
“소방서에 가봐. 이렇게 멋진 계획을 가지고 다니는 친구라면 어디든 재워줄 거야. 더군다나 넌 같은 언어를 쓰니 더 친밀한 관계가 형성될 거야.”
“생각지도 못한 아이디어인데? 그간 현지인의 초대가 아니면 당연히 캠핑만 했거든.”
니카라과에서 며칠 동안 같이 라이딩을 하고 헤어졌었다. 그리고 약 2주 만에 엘살바도르 테콜루카 근처의 ‘보석 숲(Bosque La Joya)’에서 생각지도 못하게 만난 것이다. 반가운 해후에서도 그는 그간의 경험을 가지고 속사포 랩을 하듯 수다를 떨었다.
“대단했어. 소방서에서 이렇게나 환대해줄 줄 누가 알았겠어?”
“다른 고아원 방문은 했어?”
“고아원이라기보다는 가난한 복지센터 아이들을 만났거든. 그런데 말이야, 실은 참 특별한 경험을 했어. 환경이 어려운 아이들을 사람들에게 알리면서 돕겠다고 찾아갔잖아. 그랬는데 오히려 그곳에서 내가 더 많이 배려를 받은 거야. 아이들이 선물을 주더라고. 이것 봐.”
아이들이 직접 그린 그림편지였다. 단지 하루만 어울리고 떠나왔다고 했다. 그럼에도 여러 명이 도화지 한 장에 다미안을 향한 우정을 그린 것이다. 조막만한 손으로 비뚤비뚤 쓴 다미안의 이름을 보고는 나 역시 마음이 따뜻해졌다. 말과 혀로 하는 사랑은 쉽다. 그러나 그것이 소외된 이웃을 위해 땀이 되고 눈물이 되는 것은 어렵다. 뭔가 계산을 시작하는 순간부터 우리는 하나님과 멀어진다. 고아 같은 우리를 돌보시는 하나님의 사랑을, 다미안을 통해 묵상하게 되었다.
(작가·vision-mat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