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高2 "수학여행 못가도 괜찮아요"

입력 2014-05-02 13:16

[쿠키 사회] “우리는 수학여행과 인연이 없는가 봐요.”

부산 해운대구 고교 2학년 김모(17)군은 이달 중순 예정됐던 제주도로의 수학여행이 취소된 소식을 접하고 “정말 아쉽다”며 2일 이 같이 말했다. 세월호 침몰 참사 여파로 각급 학교의 수학여행과 체험학습이 대부분 취소되면서 김군은 들떴던 마음을 접어야 했다.

김군은 초등학교 6학년 때도 가을에 경주로 예정됐던 수학여행을 가지 못했다. 2009년 당시 신종플루가 유행해 전국 초·중·고교의 수학여행이 대부분 취소됐기 때문이다.

올해 고교 2학년 학생(만 17세·소띠)들은 상당수가 김군과 같은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군이 6학년 때인 2009년 3월 미국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에서 처음 감염자가 발견돼 전 세계로 번진 신종플루A(바이러스명 H1N1)의 사망자가 늘면서 전 세계를 긴장시켰다.

뉴욕타임즈 등은 당시 신종플루로 인한 사망자가 전 세계적으로 최소 12만3000명에서 최대 20만1000명이라고 보도했다. 심장부전 등 2차 감염과 후유증 등으로 인한 사망자를 포함할 경우 사망자는 40여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신종플루A는 갑작스런 고열과 근육통, 두통, 오한 등의 신체증상과 함께 설사, 관절통 등을 동반하는 증세를 보였다. 당시 환자들은 치료약인 타미플루를 복용하고도 2~3주씩 고통을 겪어야 했다.

2009년 신종플루 여파로 수학여행이 취소되는 등 고통을 겪은 고교 2학년 학생들에게 올해는 신종플루에 이어 세월호 침몰 참사의 가슴 아픈 소식이 잇따라 전해졌다. 각급 학교의 수학여행이 대부분 취소됐다. 학생들이 수학여행지로 많이 찾는 경주의 경우 당초 170여 개 학교 5만1000여명이 예약했으나 세월호 참사 이후 대부분 취소되고 2%인 1200여명만 다녀간 것으로 집계됐다.

김군은 단원고 또래 친구들의 참사를 보면서 “아쉬운 마음은 있지만 괜찮다”며 “다시는 이 땅에 이 같은 비극이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고 두손 모아 기도했다.

부산=국민일보 쿠키뉴스 윤봉학 기자 bhy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