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참사] 구체적 가담 입증만 남은 유병언 수사 버티는 30년 측근들 입 열기가 관건

입력 2014-05-02 02:35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을 향해 올라가던 검찰 수사가 교리와 충성심으로 무장한 ‘측근 그룹’의 관문 앞에 섰다. 30년 이상 유 전 회장을 ‘교주’이자 ‘회장’으로 추종해 온 이들은 “유 회장은 회사 경영과 무관하다”며 버티고 있다. 검찰은 송국빈 ㈜다판다 대표에 이어 최측근 4~5명에 대해 조만간 구속영장을 청구해 신병을 확보한 뒤 유 전 회장과의 공모 여부를 중점 수사할 계획이다.

인천지검 특별수사팀 관계자는 1일 “이번 수사는 청해진해운의 각종 위법한 경영 행위에 따른 최종 수익자가 누구냐를 규명하려는 것”이라며 “결국 유 전 회장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다른 검찰 간부는 “유 전 회장을 잡을 때까지 수사는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검찰은 청해진해운 관계사 경영 비리 전반에 대한 수사에 착수한 이후 연이은 압수수색과 핵심 임원 조사 등을 통해 대략적인 자금 흐름 구조와 횡령·배임 등 불법 행위 관련 기초조사를 상당부분 진척시켰다. 유 전 회장의 구체적 범죄 가담 여부를 입증하는 작업을 남겨두고 있다.

관건은 유 전 회장을 보위하고 있는 측근들의 ‘입’을 여는 일이다. 이른바 ‘핵심 7인방’을 비롯한 측근 그룹은 1970년대부터 관계사 직원으로 근무했거나, 기독교복음침례회(일명 구원파) 신자로 활동한 ‘충성파’들이다. 이들은 검찰이 증거를 제시하는 혐의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시인하면서도, 유 전 회장 관련성 문제로 넘어가면 완강히 부인하거나 함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이쪽 회사들은 기업이면서 동시에 종교결사체 성격도 있다”고 말했다.

유 전 회장은 76년 구원파 신자가 운영하던 삼우트레이딩을 인수해 사업에 뛰어들 때부터 교단과 회사를 일치시켰다. 그가 91년 상습사기로 기소됐을 때의 판결문에는 ‘구원파 설립자인 고(故) 권신찬 목사도 교회가 기업경영에 나서는 것을 반대했으나 유 전 회장이 실질적 교주로 있었기 때문에 이를 막지 못했다’고 적혀 있다.

유 전 회장은 자신이나 회사 명의로 된 차용증·어음 등 문서로 된 증거를 남기지 않고, 구두 지시를 통해 경영했다고 한다. 세모는 97년 부도가 났지만, 이후 자산 5000억원대의 기업집단으로 재건된 지금도 기업 운영 및 지배 방식의 큰 틀은 예전 그대로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 전 회장은 2003년 세모 등기이사에서 물러난 뒤 계열사 주식을 자기 이름으로는 1주도 갖고 있지 않지만, 자녀와 측근을 내세워 계열사를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30여년간 유지된 ‘그림자 경영’의 실체를 파헤치는 데 수사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이다. 유 전 회장이 비자금 조성에 따른 횡령이나 배임, 탈세 등 혐의로 처벌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수사팀 관계자는 “주요 관계자들이 유 전 회장을 보호하려 해 수사에 애로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유 전 회장까지 가기 위한 여러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호일 기자, 인천=정현수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