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검찰 수사] “유 前회장, 감히 만날 수 없는 분”… 컨설팅비 지급은 시인

입력 2014-05-02 03:28 수정 2014-05-02 14:59


세모그룹 핵심 계열사 중 하나인 ㈜아해의 이강세(73) 전 대표가 유병언(73) 전 회장 사진작품 구입과 페이퍼컴퍼니 컨설팅비용 지급 사실을 모두 인정했다. 그는 “세월호 침몰 사고는 청해진해운이 돈을 벌려고 하다 생긴 일이어서 고의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 전 대표는 1일 새벽 검찰 조사를 받고 나오는 길에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밝혔다.

이 전 대표는 김필배(76) 전 ㈜다판다 대표 권유로 사진 구입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김 전 대표가 이재영(62) 전무(현 아해 대표)에게 전화를 했고, ‘투자가치가 있다’고 해 구입했다”며 “고라니나 새 등을 찍은 유 전 회장의 사진 8장을 1억원에 샀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컨설팅 비용은 취임하기 전부터 지급된 것이라 당연히 지급하는 걸로 알았다”고도 했다. 그는 2009년 7월~2012년 5월 아해 대표로 있었다. 유 전 회장이 최소 5년 이상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계열사로부터 컨설팅 비용 명목으로 거액을 챙겨왔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 전 대표는 최근 유 전 회장을 만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그분’을 내가 감히 만날 수도 없는 것이고 지금 누가 전화한다고 받겠느냐”고 했다. 그는 유 전 회장과 1941년생 동갑이다.

이 전 대표는 세월호 침몰의 책임을 정부 측에 돌리기도 했다. 그는 “청해진해운도 여러 가지로 사고의 책임이 있지만 배를 증축한 것과 이를 허가해 준 기관 등 여러 사람이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언급했다. 그는 “피해를 본 사람들을 생각하면 어떤 수모를 당하고 대가를 치러도 보상이 안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검찰은 이 전 대표의 진술에서 사실과 모순 되는 부분을 포착하고 이날 오전 재소환해 조사했다.

도료회사인 아해는 유 전 회장 아들인 대균·혁기씨가 최대주주로 있는 아이원아이홀딩스의 지배를 받고 있다. 유 전 회장이 작가로 활동할 때 사용한 ‘AHAE’와 이름도 같다. 아해는 2012년 유 전 회장의 사진작품 유통 등을 담당하는 해외법인 ‘아해 프레스 프랑스’에 50만 유로(7억2000만원 상당)를 투자하는 등 유 전 회장 활동을 적극 지원해 왔다.

인천지검 특별수사팀은 이날 유 전 회장의 사진을 고가에 구입하고 페이퍼컴퍼니에 수십억원대 컨설팅 비용을 부당하게 지급해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로 다판다 대표 송국빈(62)씨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유 전 회장 일가 경영비리 수사와 관련한 첫 구속영장 청구다. 송씨는 세모 전신인 삼우트레이딩 시절부터 직원으로 근무해 유 전 회장의 최측근으로 분류된다. 그는 2006~2012년 세모신협 이사장으로 있으면서 관계사에 수십억원을 부당하게 대출해준 의혹도 받고 있다.

검찰은 이와 함께 ㈜온나라와 ㈜새무리 등 유 전 회장 일가의 또 다른 계열사 사무실 10여 곳에 대해 추가 압수수색을 벌였다. 핵심 측근인 황호은(63)·변기춘(42) 대표 자택도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됐다.

해운비리 전담팀은 해운조합 고모 사업본부장을 배임수재 혐의로, S손해사정 최모 대표를 배임증재 및 업무상횡령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한편 유 전 회장 측 변호인은 “혁기씨 등이 해외에서 귀국하는 시간 등을 고려하면 물리적으로 (검찰이 소환을 통보한) 2일까지 출석하는 건 힘들다”고 전했다.

목포=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