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참사] 해경 당직함 출동 준비만 22분… 소방헬기는 30분 거리 70분 걸려
입력 2014-05-02 03:31
세월호 침몰 사고 당시 해경과 소방방재청이 늑장대응을 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목포해경 당직함(當直艦)이 세월호 침몰사고 당시 출동 준비에만 20분이 걸린 것으로 1일 드러났다. 사고 현장까지 가는 데도 2시간가량이 소요돼 논란이 일고 있다.
해경은 여객선 침몰사고 신고를 접수하고 목포항 삼학도 해경전용부두에 정박 중인 당직함(513호)에 출동 명령을 내렸다. 지난달 16일 오전 8시58분 출동 명령이 떨어졌지만, 출항은 22분 뒤인 9시 20분쯤 이뤄졌다.
해경은 20분 정도가 걸렸다면 늦은 편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당직정은 부두에 설치된 육지 전력을 끌어 쓰다 보니 전선을 정리하고 함정 자체 엔진을 살리는 데 이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22분이 걸려 출동한 당직정은 사고 현장까지 2시간가량을 달려 11시10분쯤 도착했다. 세월호 한 탑승객이 카카오톡으로 마지막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합동수사본부가 파악한 시각(오전 10시17분)에서 1시간가량 지난 뒤였다.
해경은 최대속력(28노트)에 근접한 25노트로 달렸지만, 역조와 인근 어장이 많아 어려움이 많았다고 해명했다. 소방방재청도 사고 직후 신속하게 대응하지 않아 소방헬기들이 사고 현장에 뒤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구조작업에 참여하지 못했다.
전남도소방본부 상황실에 따르면 침몰사고 당일인 16일 오전 8시52분 안산 단원고 고 최덕하(17)군으로부터 “배가 침몰하고 있다”는 119신고전화가 걸려왔다. 도소방본부는 곧바로 목포해경에 상황을 알렸고 오전 9시쯤 소방헬기 1호기 출동지시를 내렸다. 그러나 소방방재청에는 오전 9시26분 상황을 보고했다. 결국 이 과정에서 시간이 지연돼 소방헬기 출동이 늦어졌고 사고 해역에 오전 10시10분쯤 도착했다. 30분도 채 걸리지 않는데 신고 접수 후 1시간10여분이 걸린 것이다.
전남도소방본부는 오전 9시35분 인근 광주시 등의 소방본부에도 소방헬기 지원을 요청했지만 이 헬기도 중간에 전남도 고위 간부들을 태우기 위해 전남도청을 경유하는 바람에 오전 10시37분에 현장에 도착했다. 소방방재청은 “최초로 출동한 전남소방헬기 1대가 오전 10시10분 사고 현장에 도착해 해경에 무전통보했으나 ‘관매도에 대기하라’고 회신해 구조활동에 참여하지 못했다”며 “뒤늦게 도착한 소방헬기들도 해경 및 중앙방공통제소의 통제에 따라 팽목항에 대기했다”고 밝혔다.
안전·재난 업무를 총괄하는 안전행정부의 부적절한 회의소집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안행부는 침몰사고 당일 오후 4시30분 전남도와 광주, 제주도 3개 지자체의 재난 담당 공무원들을 세종로 정부서울청사로 불러들여 ‘2014충무훈련 실시계획’ 등에 관한 회의를 강행했다. 안행부는 이 과정에서 회의를 연기하자는 요청을 묵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로 인해 구조작업에 전력을 쏟아야할 재난 관련 공무원들은 침몰 사고 직후 긴박한 시간에 하루 종일 자리를 비운 채 서울에 머물러야 했다.
목포=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