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EFA 챔스리그] ‘전략가’ 맞대결… 시메오네, 무리뉴 ‘수비축구’ 깼다

입력 2014-05-02 02:55

‘명장’ 맞대결에서 디에고 시메오네(44) 감독이 조제 무리뉴(51) 감독을 무너뜨리고 ‘꿈의 무대’ 챔피언스리그 결승행 티켓을 따냈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1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스탬퍼드 브리지에서 열린 2013∼2014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에서 난적 첼시를 3대 1로 완파했다. 첼시는 페르난도 토레스의 선제골로 승기를 잡았으나 이후 3골을 내주며 무너졌다. 40년 만에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오른 아틀레티코는 25일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레알 마드리드와 사상 첫 ‘마드리드 더비’ 단판 승부로 챔피언을 가린다. 레알 마드리드는 전날 바이에른 뮌헨(독일)을 1·2차전 합계 5대 0으로 꺾고 결승전에 먼저 올라 챔스리그 10회 우승에 도전한다.

시메오네와 무리뉴는 세계 축구계를 대표하는 전략가다. 두 감독은 탄탄한 수비를 바탕으로 중원에서 강한 압박을 통해 볼을 끊고 빠른 역습과 짜임새 있는 공격 전술로 상대 수비를 뚫는 스타일이다. 특히 무리뉴는 최근 10명의 필드 플레이어들이 모두 수비에 가담하는 ‘텐백축구’를 구사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양 팀은 최상의 자원을 동원했다. 홈 팀 첼시는 최전방 토레스를 중심으로 아즈필리쿠에타, 아자르, 윌리안이 공격을 이끌었다. 원정 팀 아틀레티코는 디에구 코스타, 아드리안 로페즈 등 주전급 선수들이 공격진에 투입됐다.

포문은 아틀레티코 출신의 토레스가 먼저 열었다. 전반 35분 오른쪽 측면을 허문 아즈필리쿠에타가 낮고 빠른 크로스를 올리자 토레스가 날카로운 슈팅으로 골망을 갈랐다. 반격에 나선 아틀레티코는 전반 43분 후안프란의 패스를 받은 아드리안이 침착하게 골로 연결시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후반전엔 양 팀 골키퍼들의 환상적인 선방쇼가 이어졌다. 조급해진 무리뉴는 비장의 카드를 꺼냈다. 후반 8분 수비수 애슐리 콜을 대신해 공격수 샤무엘 에투를 투입했다. 에투는 인터밀란 시절 무리뉴 감독의 ‘트레블’ 달성에 기여한 일등공신이었다. 하지만 에투가 스승의 발등을 찍었다. 후반 14분 페널티 에어리어에서 코스타가 에투의 발에 걸려 넘어져 페널티킥이 선언됐다. 키커로 나선 코스타는 강력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아틀레티코는 적극적인 오버래핑으로 첼시의 측면을 공략했다. 이어 아다 투란의 쐐기골이 터지며 첼시 수비를 완벽하게 무너뜨렸다. 탄탄한 수비와 깔끔한 패스, 전광석화 같은 역습능력을 두루 갖춘 시메오네의 축구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무리뉴 감독은 “아틀레티코가 첼시보다 강했기 때문에 결승에 오를 자격이 있었다”고 완패를 시인했다.

경기 후엔 무리뉴 감독의 ‘안정 지향적’인 축구에 비판이 쏟아졌다. 첼시의 아자르는 “첼시는 축구를 하지 않았고 역습만 잘했다. 오늘 패배는 다음 시즌 도전을 위한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며 무리뉴 감독의 전술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윤중식 기자 yun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