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사 돌봄 단체 ‘국제하트스트림’ 로이스 다즈 대표 “한국교회, 고통 받는 선교사들 외면 말아야”
입력 2014-05-02 02:24
“누군가에게 물 한 잔 주는 것은 간단한 일이지만 타이밍이 중요합니다. 한국교회는 선교사들이 목말라 할 때 물을 주고 있나요?”
선교사 돌봄 단체인 국제하트스트림 로이스 다즈(74) 대표가 지난 29일 국민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탈진과 스트레스 등으로 고통 받는 선교사들이 많다”며 이같이 말했다.
다즈 대표에 따르면 선교사는 파송 이후 첫 3∼4년이 스트레스 지수가 가장 높다. 언어와 문화 적응이 힘들기 때문이다. 다즈 대표는 자녀를 둔 엄마에게 스트레스는 더 심하다고 했다. 외국생활의 경우 여성들은 집밖에 나가기가 어렵기 때문에 남편보다 중압감이 크다는 것이다. 스트레스는 동료 선교사와의 갈등에서 오기도 한다. 이 때문에 선교사들이 중도에 포기하는 일까지 생긴다고 그는 말했다.
다즈 대표 역시 탈진 경험이 있었다. 의사인 남편과 함께 국제위클리프선교회 선교사로 페루의 정글 지대에서 13년 동안 활동했다. 하지만 선교사역을 오래 할수록 힘에 부쳤고 결국 탈진 상태 속에서 미국으로 돌아왔다. 11세 때 선교사 소명을 받아 선교지에서 평생 봉사하려던 기대가 무너졌다.
그는 이후 선교회 본부에서 다시 일했고 많은 선교사를 만났다. 다즈 대표는 그러면서 선교사들의 희망사항이 비슷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선교사들은 자신들을 이해할 수 있는 곳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많이 하더군요.”
하트스트림은 그렇게 설립됐다. 다즈 대표는 남편과 함께 1992년 단체를 창립해 선교사 돌봄 사역을 시작했다. 이후 하트스트림은 선교사들이 쉬면서 상처를 치유하는 곳으로 자리를 잡았고 뉴질랜드와 필리핀에 이어 5년 전 한국에도 지부(대표 최형근·엄은정)가 설립됐다.
다즈 대표의 남편 래리 다즈는 6년 전 별세했다. 미국 존슨 대통령 전용기 내 주치의였던 그는 2000년 초반 루게릭병 진단을 받고 2008년 세상을 떠나기까지 많은 선교사들을 돌봤다. 휠체어에 앉아 머리와 손가락 몇 개만 움직일 수 있는 상황에서도 선교사들의 이야기를 듣고 위로했다고 한다.
다즈 대표는 선교사의 탈진·스트레스로 인한 트라우마는 출신 국가를 막론하고 심각하다면서 디브리핑 과정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디브리핑이란 자신의 정신적 외상을 다른 상담자에게 얘기하면서 해소하는 것이다. ‘사후 보고’로도 불린다. 그는 “디브리핑은 외상후스트레스증후군(PTSD)으로 전이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며 “파송 단체는 디브리핑 과정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선교사를 돌보는 일은 선교사들이 장기간 활동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며 “파송교회는 기도와 재정 후원뿐 아니라 선교사들의 어려움도 헤아릴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