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정감사 때 의원 여러분은 뭘 했나요”

입력 2014-05-02 02:51

재난예방 건의 무시하고, 선주협회 돈으로 외유나 가고

국민 안전에 대한 1차적 책임은 당연히 대통령이 수반인 행정부에 있다. 그러나 행정부를 감시·감독해야 할 국회의 책임도 결코 작지 않다. 입법권, 예산 심의 및 의결권, 국정 감사 및 조사권으로 무슨 일인들 못하겠는가. 하지만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안전과 관련한 국회의 책임방기와 몰염치가 적지 않았음이 드러나고 있다.

연세대 방재안전관리연구센터장인 조원철 교수의 쓴소리는 국회가 세월호 사고의 공범임을 단적으로 말해준다. 조 교수는 1일 새누리당이 주최한 ‘국가재난안전 확대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오늘은 여러분께 원망의 말을 하고 싶다”며 “국회가 헌법상 주어진 직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을 언급하며 “재난은 결과다. 예방이 우선돼야 하는데 예방에 대한 언급이 없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작심한 듯 “그 법이 국회에서 논의될 때 문제점을 많이 지적했지만 그 누구도 저희 건의를 듣지 않았다”며 “그래서 의원들께 그 책임을 묻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국정감사 때 여러분은 뭘 했느냐”며 “안전 관련 매뉴얼이 효과를 내려면 훈련을 해야 하는데 우리 공직자들은 전혀 관심이 없다”고도 했다. 우리 국회의원들은 큰일이 터졌다 하면 호들갑을 떤다. 정부를 몰아세우며 온갖 대책을 쏟아낸다. 하지만 그때뿐이다.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챙겨야 함에도 사건·사고가 국민의 기억에서 사라지면 모두가 손을 놓아버린다. 그리고는 경쟁이라도 하듯 외유와 이권 챙기기에 나선다.

국회의원들이 수년간 한국선주협회의 지원을 받아 외국을 다녀왔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정치권이 해운업계 비호 세력임이 확인된 셈이다. 여야 의원 26명(중복 계산)은 2009년부터 올해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 선주협회로부터 해외시찰 지원을 받았다. 그중에는 차기 국회의장과 새누리당 대표 유력 후보가 포함돼 있다. 선주협회는 세월호 사고 이후 해운 비리와 관련해 검찰로부터 압수수색을 당한 선주들의 이익단체다.

지난 3월에는 외유를 다녀온 의원들을 중심으로 ‘해양산업 경쟁력 확보 정책지원 촉구결의안’을 발의했다. 해운업계 구조조정 지양과 해운사 금융지원 확대가 핵심 내용인 걸 보면 외유 지원에 대한 보답임에 틀림이 없다. 국민의 대표라는 사람들이 국민의 바람인 해상안전 확보에는 관심이 없고 해양업계 돈벌이 돕기를 하고 있으니 분통이 터질 일이다.

박준영 지사 등 전남도 간부들이 세월호 침몰 당시 인명 구조를 위해 긴급 출동한 소방헬기를 불러 탑승한 뒤 사고 현장으로 간 것도 비난받아 마땅하다. 1분 1초가 급한 상황에서 현장으로 가고 있던 2대의 헬기를 도청으로 불러들이는 바람에 20분씩 늦어졌다. 도청에서 진도실내체육관까지는 승용차로 가더라도 40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국가안전처라는 컨트롤타워를 설립하고 재난구조 매뉴얼을 새롭게 정비하더라도 이런 사람들이 운용하는 한 아무런 효과가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