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설교] 말씀대로 내게 이루어지이다

입력 2014-05-02 02:29


누가복음 1장 34∼38절

데우스 로퀴투르(Deus Loquitur)!

라틴어입니다. 루터가 정말 사랑한 말입니다. 영어로 번역한다면 ‘하나님은 말씀하고 계시다(God is speaking)’이며 현재진행형 문장입니다. 하나님은 말씀하시는 분입니다.

언제 하나님께서 말씀하십니까. 복음이 선포될 때 동시에 하나님도 말씀하십니다. 성경이 읽혀질 때 거기에서 하나님은 말씀하고 계십니다. 말씀하시는 하나님, 데우스 로퀴투르가 바로 이런 뜻입니다.

루터에게 있어서 성경은 하나님께서 오시는 통로입니다. 루터는 오로지 두 통로만 인정했습니다. 성경과 성만찬입니다. 그렇게 말씀은 루터에게 중요합니다. 루터의 정적이던 열광주의자, 신비주의자들이 “성경은 단순히 죽은 문자”라고 하자 루터는 이렇게 반박했습니다. “성경의 문자는 살아 있는 문자입니다. 이 살아 있는 문자는 읽는 사람들을 믿음으로 인도합니다. 구원으로 인도하고, 결국 영생으로 인도합니다. 성경의 문자는 살아 있는 문자입니다.”

루터는 1527년 11월 6일 요한 1서 5장 13절을 중심으로 강해 설교를 했습니다. 그 설교에서 분명하게 선포했습니다. “말씀이 읽혀질 때 성령이 현존한다.” 이는 유명한 루터의 실재론입니다. 말씀이 읽혀지고 선포되는 자리는 분명히 하나님이 함께하시고 임재하시고 실재하시는 거룩한 사건이 일어나는 자리입니다.

하나님은 말씀하시는 하나님입니다. 오늘날 한국교회도 말씀하시는 하나님의 실재를 깊이 경험하는 한국교회가 되기를 기도합니다. 지금 우리는 심각하게 종교개혁 500주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표어로 ‘7000만 동포여, 하나님께로 돌아갑시다’를 외치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이 7000만에 북한 동포도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외치며 기도하다가 통일을 종교개혁 500주년의 선물로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서 “한국교회가 무엇을 어떻게 개혁해야 할까요”라고 묻고 있습니다. ‘세습은 안 된다’ ‘교회에 공공성을 회복해야 한다’ ‘성직자도 납세해야 한다’ ‘도덕성 회복이 시급하다’ ‘영성뿐 아니라 이제는 지성도 겸비된 소수 정예의 성직자가 배출돼야 한다’ 등이 회자되고 있습니다. 모두 중요한 개혁의 주제입니다. 그러나 이런 내용이 본질적 개혁은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본질적 개혁의 주제는 말씀으로 돌아가는 운동입니다. 우리는 압니다. 루터의 개혁운동은 사회운동이 아니었습니다. 기독교인들을 동원한 종교운동이 아니었습니다. 문화 속에 기독교를 심자는 문화운동도 아니었습니다.

루터의 개혁은 ‘말씀’이었습니다. 500년 전 종교개혁은 철저한 말씀운동이었습니다. 말씀을 깊이 연구하고 또 연구하면서 말씀으로 하여금 말씀하도록 한 운동이었습니다. 교회 전통과 교황제도로 대표되는 교회의 직제 아래 묻혀졌던 말씀을 재발견하는 운동이었습니다. 교회가 말씀을 평가할 수 없습니다. 오히려 말씀이 모든 것을 판단해야 합니다. 말씀이 절대 진리이어야 합니다.

“마리아가 이르되 주의 여종이오니 말씀대로 내게 이루어지이다 하매…”(눅1:38) “말씀대로 내게 이루어지이다”라는 마리아의 고백이 우리의 고백이기를 기도합니다. 말씀하시는 하나님의 실재가 우리 한국교회와 이 땅 안에 깊이 이뤄지기를 기도합니다.

김철환 목사(루터회 총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