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길] ‘새출발’이라 믿었는데… 재혼 가정의 속이야기

입력 2014-05-02 02:20


다시 결혼할 수 있을까?/매기 스카프/지식너머

한 번 결혼에 실패한 뒤 재혼하는 사람들. 그들은 “다시는 전과 같은 실패를 하지 않겠다”며 “과거는 싹 지우고 이제부터 새 출발하겠다”고 다짐한다. 그리고 내 자식과 배우자가 데려온 아이들이 금세 어울려 한 가족이 될 것이라는 기대에서 희망찬 청사진도 그린다. 하지만 그 바람처럼 그렇게 될 수 있을까? 드라마나 영화에선 해피 엔딩이 많지만 현실에선 오히려 재혼 가정일수록 새 출발 초반, 아이 양육 문제 같이 극도로 예민한 난관을 넘기지 못하고 다시 좌초하는 경우가 적잖다. 더구나 이들이 참고할만한 연구 결과나 실질적인 조언서 역시 찾기 힘들다.

미국에서도 이런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대인관계 전문가이자 ‘친밀한 파트너’ 등의 베스트셀러를 쓴 저자 역시 재혼 가정의 문제가 제대로 다뤄지지 않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이 책을 쓰게 됐다. 그가 처음 이 문제에 관심을 가졌던 1997년 인터뷰한 재혼 가정과 2010년 집필을 시작하며 새롭게 만난 가정 등 일곱 가정의 사례를 통해 재혼 가정의 문제를 생생히 다룬다.

줄리와 매튜 올브라이트 부부의 사례를 보자. 매튜는 의붓딸 레슬리를 좋아하지 않으면서 정작 자신의 아들 게이브를 줄리가 사랑해주지 않는다는 데 실망했다. 그러면서 게이브에 대한 양육권은 전처 프랜에게 맡기고, 줄리에게는 엄마로서의 권한을 주지 않았다. 줄리는 늘 게이브 앞에서 주눅이 들었다. 결국 줄리는 새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으로 들어올 수 없었다. 게다가 전처 프랜은 끊임없이 매튜를 찾아오며 새 울타리를 넘나들었다. 재혼 가정의 경우 누가 내부인이 될 것이며 누구를 외부인으로 둬야 하느냐는 문제가 중요한데 두 사람은 이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했다. 결국 이들은 다시 이혼에 이른다.

미국에서도 재혼 가정의 가장 민감한 문제는 역시 자녀 양육의 문제다. 어른들이야 서로 사랑에 빠져 결혼했지만 아이들까지도 부모가 사랑하는 사람과 쉽게 친해지고, 가족처럼 지낼 수 있으리라 생각하는 것은 오산이라는 얘기다.

저자는 “생물학적인 부모가 혈연으로 또 마음으로 연결된 자신의 친자녀와 오랜 세월 깊은 관계를 맺어왔고, 새로 들어온 계부모는 그렇지 않다는 결정적인 사실 때문에 초혼 가정과 재혼 가정은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한다. 혈연관계가 없는 계부모에게 배우자의 아이를 벌할 권리를 줘도 될까? 부부 당사자의 합의가 중요하긴 하지만 학계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안 된다’고 말한다. 재혼을 생각하는 사람들이라면 꼭 한 번 들어봐야 할 솔직한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다. 나선숙 옮김.

김나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