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잡히는 책] 옆 사람 짜증나게 하는 휴대전화 대화
입력 2014-05-02 02:17
우리는 왜 짜증나는가/조 팰카·플로라 리히트만(문학동네·1만5000원)
헬스클럽에서 옆 사람이 큰 소리로 전화통화를 한다. “응, 내일 도착할거야.” 벌써 똑같은 이야기만 몇 번째다. 슬슬 거슬리더니 급기야 짜증이 솟구친다. 왜일까? 바로 이 주제, 즉 휴대전화 대화가 옆 사람을 짜증나게 하는지를 연구한 미국 코넬대 심리학과 로런 엠버슨의 설명은 이렇다. 인간의 두뇌는 현재 알고 있는 지식을 토대로 다음을 예측하는데, 대화의 전체를 들을 수 없는 휴대전화 통화의 경우 통상적으로 예측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우리의 두뇌가 그쪽에 더 관심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미국 공영라디오방송(NPR)의 과학전문기자인 저자들은 이렇듯 우리를 짜증나게 하는 소리, 냄새, 사람, 상황 등 다양한 사례를 통해 ‘왜 짜증나는가’에 대한 답을 찾아 나선다. 남을 짜증나게 하거나, 스스로 짜증을 느끼는 데 있어 누구나 전문가이지만 정작 왜 짜증나는지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없기에, 심리학은 물론 사회학 물리학 생물학 광학을 동원해 과학적으로 접근하기로 했단다.
우리 삶의 한 부분이 되어버린 짜증이란 현상에 대해 실생활을 토대로 들려주는 설명은 흥미롭지만, 그렇다고 짜증을 피할 수 있는 답까지 알려주진 않는다. 너무 큰 기대를 품고 책을 펼쳤다간, 마지막 책장을 덮을 무렵 살짝 짜증을 느낄지도 모를 일이다. 구계원 옮김.
김나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