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길] 슬픔의 현장… 어른들은 왜 기념사진이나 찍자고 덤빌까?

입력 2014-05-02 02:12


“어른들은 왜?” 지난달 30일자 국민일보 1면 제목입니다. 세월호 참사를 겪은 아이들이 눈물과 분노로 던지는 질문입니다. 배가 가라앉는데 왜 ‘가만있으라’고 했는지? 선진국으로 발돋움한다는 나라가 가라앉는 배에 있는 친구들을 왜 구해주지 못했는지? 높으신 어른들은 어쩌자고 현장에 가서 기념사진이나 찍자고 덤비는지?

아이들 눈에 어른들이 이해 할 수 없는 대상으로 비치는 건 세월호 침몰 같은 대형 참사 앞에서만은 아닙니다. 일상에서도 많습니다. 이번 어린이날에는 아이들에게 우리 어른들이 어떻게 비치는지 한번 알아보는 건 어떨까요. 마침 어른들의 옳지 못한 행동을 따끔하게 꼬집는 동화책과 그림책이 꽤 여러 권 나왔습니다.

혹시 아이 앞에서 큰 가방 속 열쇠를 찾느라고 허둥댄 적은 없으신지요? 지갑, 빗, 립스틱, 털모자, 휴대전화, 책, 영수증, 빈 물병…. ‘엄마 가방은 괴물이야’(앙드레 부샤르·같이보는책)의 주인공은 엄마의 커다란 가방을 온갖 것을 다 잡아먹는 괴물로 그리고 있습니다. 엄마가 거실 한쪽에 던져 놓은 가방 속으로 어린 동생이 기어 들어가자 아이는 가방이 동생도 잡아먹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가방을 집 밖으로 던져 버립니다. 작은 가방을 마련한 엄마는 열쇠는 쉽게 찾지만 가방을 어디에 뒀는지 잊어버리지요. 가슴 뜨끔한 엄마들, 꽤 될 것 같은데요.

자녀들의 친구를 그 아이 부모나 그 집의 형편 등을 따져 같이 놀지 못하게 하신 적은 없으신지요? 공부 못하는 자녀가 노력을 게을리 해서라고 생각해 크게 꾸짖으신 적도 있으시지요? ‘어른들은 뭘 몰라!’(크리스티네 뇌스틀링거·비룡소)의 꼬마 주인공들의 얘기를 들어볼까요. 친구의 아빠가 문신을 새긴 술주정뱅이라고, 할머니가 무식하다고 그 애와 놀지 말라는 엄마를 아이는 이해할 수 없습니다. 공부는 못하지만 뭐든 고칠 수 있는 재주꾼인 아이에게 공부를 게을리 한다고 야단치는 부모. 아이는 공부에 재능이 없다는 사실을 부모가 도대체 왜 이해하지 못하는지 모르겠다고 투덜댑니다.

“책 읽으라”고 하면서 TV 보는 엄마, 골프 치러 가는 아빠는 어떻게 보일까요. 말과 행동이 다른 어들들, 아이들 눈에는 정말 이상하게 보입니다. ‘신고해도 되나요?’(이정아·문학동네)의 주인공 헌재는 어른들이 가르쳐 준대로 했다가 꾸중만 듣게 됩니다. 학교에서 본 ‘불량식품은 신고해야 된다’는 인형극이 생각나서 벌레가 나온 불량과자를 경찰에 신고했다가 교감 선생님께 야단을 맞습니다. “교장 선생님이나 담임선생님 입장이 아주 곤란해졌고, 이 일이 밖에 알려지면 사람들이 우리 학교를 뭐라고 그러겠냐?”는 것이 이유입니다.

부샤르는 프랑스, 뇌스틀링거는 오스트리아 작가입니다. 우리나라 어른들만 이상한 것은 아니었나봅니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