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참사] 유병언 일가 ‘재산 불리기’ 혈안… 적자 메우려 무리하다 참사 불러

입력 2014-05-01 03:14

검찰, 유병언 일가 비리 수사 집중 배경은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와 계열사 비리를 수사 중인 인천지검 특별수사팀이 30일 이번 수사의 성격과 의미를 설명했다. 일각에서 ‘유 전 회장 일가와 세월호 참사가 무슨 관련이 있느냐. 희생양을 찾기 위한 수사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는데 따른 일종의 해명이었다.

특별수사팀은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이 유 전 회장 일가와 관련 계열사를 무리하게 지원하다 극심한 경영난에 빠졌고, 이를 메우기 위해 헐값에 세월호를 사들인 뒤 과도한 운영에 나섰다 참사가 발생했다는 논리를 폈다.

특별수사팀을 지휘하고 있는 김회종 2차장검사는 “청해진해운은 부채비율이 급등하고 연이어 수억원의 적자가 발생하는 상황에서 수십억원을 빼돌렸다”며 “이를 보전하기 위해 20년이 다 된 중고 선박을 고철값에 사들였고, 월급을 아끼기 위해 비정규직 선장과 선원들을 고용했다”고 말했다. 그는 “선박을 무리하게 구조변경한 뒤 허용 범위를 훨씬 초과해 승객을 탑승시키거나 화물을 적재하는 등 수입 극대화에 부심해 오다 엄청난 참사를 일으켰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라며 “검찰 수사 과정에서도 확인된 부분이 있고, 안타까움을 강하게 느낀다”고 덧붙였다. 검찰이 세월호 침몰 사고 원인 중 하나로 유 전 회장 일가의 비리를 직접 지목한 건 처음이다.

검찰은 청해진해운 김한식(72) 대표를 이 같은 경영상 잘못의 중심인물로 꼽았다. 검찰이 전날 유 전 회장 일가 핵심 측근에 앞서 김 대표를 피의자 신분으로 처음 소환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검찰은 이날 ㈜다판다 송국빈(62) 대표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다판다는 2007년 ㈜새무리, ㈜문진미디어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세모를 인수했다. 다판다가 기독교복음침례회(일명 구원파) 신도들을 상대로 벌어들인 자금이 세모그룹 재건 작업의 발판이 된 셈이다. 비슷한 시기 유 전 회장의 아들인 대균·혁기씨는 아이원아이홀딩스를 설립한 후 회삿돈으로 세모, 천해지, 청해진해운, 트라이곤코리아 등 핵심 계열사 지분을 사들이며 그룹을 사실상 승계했다.

검찰은 ㈜아해 전직 대표 이강세(73)씨와 현직 대표 이재영(62)씨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아해 역시 아이원아이홀딩스가 대주주로 있는 유 전 회장 일가 회사다. 아해는 계열사 지원을 토대로 최근 10년간 수억원대 흑자 경영을 이어오면서 유 전 회장의 사진작가 활동 지원을 위해 거액을 투자했고, 일가에 거액의 배당금과 대출도 지원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아해와 다판다 대표들은 고창환 세모 대표와 함께 유 전 회장 계열사 자금줄 역할을 했던 세모신협 이사직도 맡았었다.

검찰은 해외에 머물며 소환에 불응한 혁기씨와 한국제약 김혜경 대표, 다판다 김필배 전 대표에 대해 다음달 2일 오전 10시까지 출석할 것을 재차 통보했다. 검찰은 “두 번째 통보라는 것을 분명히 밝힌다”며 “불응 시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검찰은 “조사를 잘 받던 일부 참고인들과 연락이 끊겼다”며 “보복 두려움 때문에 전화를 안 받는 것으로 생각한다. 안타깝다”고 했다.

인천=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