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참사-기획] 민간 항공사, 1대1 전담 즉각 배치 VS 공무원 “내 담당 아니다”

입력 2014-05-01 03:32


지난해 7월 6일 새벽 4시.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에게 비상소집령이 내려졌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아시아나항공 비행기가 지면과 충돌하는 대형 사고가 일어난 데 따른 것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즉각 ‘위기대응센터’를 가동했다. 비상소집된 직원들 중 242명은 가족지원센터에 소속돼 비행기 탑승객들의 1대 1 전담 직원으로 배치됐다. 모든 건 1시간 내 이뤄졌다.

피해 승객들은 궁금한 게 있거나 불편한 일이 생겼을 때 전담 직원만 찾으면 됐다. 치료는 어디에서 어떻게 받으면 되는지, 해외에서 국내까지 어떻게 이동하면 되는지, 보상은 어떤 식으로 진행되고 있는지, 원하는 정보가 무엇이든 전담 직원 한 사람만 통하면 해결됐다. 1대 1 전담 직원의 업무는 이렇게 피해 승객의 궁금증을 풀어주고, 불편한 점을 해결해주고, 사고 수습 진행 과정을 안내해 주는 일이었다. 모든 것은 평소 매뉴얼에 따라 훈련받은 대로 일사불란하게 이뤄졌다.

반면 세월호 침몰 사고 실종자 가족들은 사고 발생 이후 계속 답답함에 시달리고 있다. 공무원들은 무엇을 물어도 “내 담당이 아니라 잘 모른다” “우리 부처 관할이 아니다” “책임자가 아니라 대답할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사고 발생 초기부터 미확인 정보와 루머, 소문이 난무했지만 속 시원히 확인해주는 사람은 없었다. 심지어 어디에서 누구에게 물어야 자식의 시신을 찾을 수 있는지를 유가족들은 현장에서 취재하고 있는 기자에게 물었다.

대부분의 항공사들은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해 ‘위기대응 매뉴얼’을 갖추고 있다. 매뉴얼에는 조직 구성부터 지휘체계, 인력 배치, 행동요령까지 담겨 있다. 홍보팀과 승무원 등은 현장으로 배치되고 승무원 일부와 영업직, 사무직은 가족지원센터에 편입된다. 일종의 전시체제가 가동되는 것이다.

직원들은 이 매뉴얼에 따라 연 2회 각종 사고 상황을 가정해 실전과 흡사한 강도로 모의훈련을 한다. 매뉴얼은 모의훈련을 토대로 매년 조금씩 업그레이드된다. 지난해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사고는 정확한 매뉴얼과 반복 훈련이 실전에서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하는지를 보여준 사례였다. 매뉴얼은 엉성하고 훈련은 건너뛰고 실전에서는 우왕좌왕했던 정부 대응 방식과는 대조된다.

30일로 세월호 침몰 사고가 일어난 지 보름째다. 그 기간 정부는 단 한 차례도 일사불란한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세월호 피해자 가족들은 사고 충격에 정부의 더딘 구조 활동과 불친절하고 무책임한 대응까지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정부가 지원하고 위로하기는커녕 스트레스를 가중시키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아직도 초긴장 상태로 지내고 있는 실종자 가족에 대해 지금이라도 적극적인 심리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1대 1 심리지원팀을 투입해 밀착 서비스를 제공하고 심리적 위기가 찾아올 때 믿고 털어놓을 상대가 되도록 해야 한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재난심리지원에 대한 체계적인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백종우 경희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대형 사고가 터졌을 때 피해자들이 사고 초기부터 심리적으로 지원받을 수 있는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며 “국민들의 마음까지 다독일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