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참사] 사고 당일 현장 가던 소방헬기, 고위 공무원 태우다 늑장 출동

입력 2014-05-01 02:21

세월호 침몰 사고 현장으로 출동하던 소방헬기가 중간에 고위 공무원을 태우고 가느라 뒤늦게 도착한 사실이 드러났다. 촌각을 다투는 상황에서 20여분을 허비해 구조작업에 참여할 기회를 놓친 것이다.

30일 광주시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 16일 오전 9시40분쯤 조종사 2명과 정비사 1명, 구조대원 2명 등 5명을 태운 소방헬기가 광주공항을 이륙해 전남 진도 사고해역으로 출동했다. 그러나 이 헬기는 영암 상공을 지나던 9시55분쯤 “전남도청을 경유해 달라”는 전남도 소방본부의 무전을 받고 항로를 변경했다. 전남도 행정부지사와 도 소방본부장을 태우고 가기 위해서였다.

이 헬기는 오전 10시5분쯤 전남도청에 도착해 이들을 태운 뒤 다시 이륙해 10시37분쯤 사고 현장에 도착했지만 구조작업에는 참여하지 못했다. 세월호는 이미 완전 전복돼 배의 선수 바닥부분만 남기고 물속으로 잠긴 상태였다. 통상 광주에서 진도 사고 해역까지 헬기 이동에는 30분 정도 소요되는데 이날 전남도청을 경유해 현장에 도착한 헬기는 53분이 걸렸다. 1초가 아쉬운 상황에서 20분 이상을 허비한 것이다.

박준영 전남도지사도 이날 오전 전남도의회 본회의에 참석했다가 사고 상황이 심각해지고 있다는 보고를 받고 오전 10시53분쯤 도 소방헬기 2호를 타고 11시30분쯤 사고 해역에 도착했다.

전남도 관계자는 “행정부지사 등은 현장 상황을 신속히 파악해야 할 위치에 있다”며 “조금 일찍 도착했더라도 당시 헬기들이 해경의 통제를 받고 있어 구조작업에는 참여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무안=김영균 기자 ykk22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