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참사] 구명벌 정기검사 업체 대표 “페인트칠 때문에 안전핀 안 뽑혀…”
입력 2014-05-01 02:07
세월호에 설치된 구명벌(구명뗏목)이 지난 2월 정기검사에서도 두꺼운 페인트칠 때문에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구명장비 검사를 담당했던 H사는 ‘양호’ 판정을 내렸고, 이를 검사를 총괄하는 한국선급에 보고했던 것으로 검찰 조사 결과 밝혀졌다.
H사 송모 대표는 30일 “구명벌 정기검사 당시 페인트가 너무 두껍게 칠해져 있어 안전핀이 뽑히지 않았다”며 “스패너와 펜치로 때려 가면서 안전핀 주위의 페인트를 벗긴 후 검사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페인트를 벗긴 후에는 안전핀이 뽑히고 구명벌이 제대로 작동했다고 한다. 송 대표는 “선원들에게 페인트 대신 윤활유를 칠하고 평소에 관리를 잘 해야 한다고 여러 차례 지적했지만, 듣지 않았다”고 말했다. 구명벌은 선박 사고 시 승객 구호에 필요한 핵심 장비다. 이를 작동시키려면 안전핀을 뽑고 작동 레버를 당겨야 한다. 레버를 당기면 구명벌이 바다 위로 떨어지면서 펼쳐지게 된다. 하지만 지난 16일 세월호 침몰 당시 구명벌 46개 중 1개만 펴졌다. 당시 구조활동에 나섰던 해경 관계자들이 세월호에서 구명벌을 펼치려 했으나 구명벌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당시 해경은 구명벌 2개만 바다에 던졌고, 그 중 1개가 펴졌다.
검·경 합동수사본부가 지난 24일 세월호와 비슷한 구조인 오하마나호에 설치된 39개의 구명벌을 점검할 당시에도 안전핀은 제대로 뽑히지 않았다. 합수부 관계자는 “두꺼운 페인트칠 때문에 망치로 때려도 안전핀이 제대로 뽑히지 않았다”고 전했다.
선원들이 구명벌 안전핀과 레버 주위에 페인트를 칠하는 이유는 바닷물로 인한 구명벌 부식을 막기 위해서다. 그러나 정기 검사에 참여했던 한국선급 관계자는 “학생들이 안전핀을 뽑지 못하게 하려고 배에서 일부러 페인트를 칠한다고 들었다”며 “선사와 선원들의 안전 불감증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세월호 운항관리규정에 따르면 선장 및 1등 항해사는 출항 직전 구명벌 작동을 점검하도록 규정돼 있다.
합수부는 지난 21일 H사를 압수수색한 후 실무 직원 9명을 차례로 소환 조사해 구명 장비 검사 작업을 제대로 수행했는지 집중 추궁했다. 합수부는 이 과정에서 H사가 세월호 구명벌의 안전핀 검사를 하지 않았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H사 직원들에 대한 사법 처리 여부를 검토 중이다. 송 대표는 “안전핀 검사는 검사 항목에 포함되지 않는다”며 “안전핀과 레버를 제외하면 구명벌 자체는 제대로 작동했다”고 말했다.
목포=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