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참사-단독] 세월호와 ‘쌍둥이 배’ 오하마나호, 2007년 어이없는 안전불감증 사고
입력 2014-05-01 02:07
세월호와 규모나 구조가 비슷해 ‘쌍둥이 배’로 불리는 청해진해운의 ‘오하마나호’도 안전불감증으로 해상에서 사고를 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항해사가 멀쩡한 충돌 방지 장비를 놔둔 채 소홀히 당직근무를 하다 다른 배를 들이받았고 결국 거액의 손해배상금까지 지불했다. 오하마나호는 세월호와 함께 인천∼제주 노선에서 운항해 왔다.
2007년 2월 17일 오전 1시쯤 전남 부안군 위도면 해상에서 오하마나호의 좌현 선수와 홍콩 오렌지스카이호의 우현 선미가 충돌했다. 당시 오하마나호의 1등 항해사였던 남모(51)씨는 항해당직 중인 김모씨에게 화물과 승객 안전상태를 점검토록 지시하고 혼자 당직 근무를 수행 중이었다. 이때 선수 왼쪽 약 37도 방향에서 자동차 558대를 실은 오렌지스카이호가 접근해 왔지만 남씨는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고 항해하다 그대로 사고를 냈다.
남씨는 충돌 직전 오렌지스카이호를 레이더로 발견했으나 레이더플로팅(레이더로 다른 선박을 발견했을 경우 충돌 가능성을 계산해 항로를 변경하는 것)을 하지 않았다. 또 자동충돌예방장치(ARPA)는 아예 꺼 놓은 채 자동조타 운항을 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장치는 레이더로 얻는 다른 선박의 방위와 거리를 연속적으로 측정해 충돌 위험이 있을 경우 피할 수 있는 방향과 속도 등을 알려주는 장치다. 이를 사용했다면 항로를 변경해 충돌을 피할 수 있었다. 심지어 오렌지스카이호가 야간 항해 시 진로를 알리기 위해 달아놓은 신호등을 육안으로 확인하고도 속도를 줄이거나 항로를 변경하지 않았다.
남씨는 해양안전심판원 조사 과정에서 “오렌지스카이호가 오하마나호를 추월해 뒤로 지나갈 것으로 보여서 방향과 속력을 그대로 유지했다”고 진술했다.
결국 2009년 오렌지스카이호를 소유하고 있는 시노에클 오토 라이너스 리미티드사는 청해진해운을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에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고 재판부는 청해진해운이 7억60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남씨가 당직 규정을 위반하고 항해 당직자들에게 자리를 비우게 한 점, 야간에 연안 항해를 하면서도 육안으로만 시계를 확인한 점 등이 인정된다”며 청해진해운의 과실 비율을 70%로 판단했다. 한국해양대 지상원 교수는 30일 “해상에서 다른 선박을 쉽게 판별해 안전하게 운항토록 설치해 놓은 ARPA 장비를 굳이 꺼놓고 위험을 안고 갔다는 건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유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