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참사] “격실을 뚫어라” 유압식 절단기 등 소방장비 투입
입력 2014-05-01 04:21
사고 보름째인 30일 전남 진도의 하늘은 새파랬다. 맑은 날씨 덕에 민·관·군 합동구조팀은 이날 새벽 시신 5구를, 오후에는 2구를 수습했다.
하지만 수색작업은 쉽사리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유속이 가장 빠른 ‘대조기’이기 때문이다. 정홍원 국무총리는 진도군청에서 구조·수색분야 전문가회의를 열었지만 이렇다할 방안을 찾지 못했다.
범정부사고대책본부는 “전날 새벽부터 희생자 7명의 시신을 수습했다”며 “4층 선수 좌측에서 5명, 5층 로비에서 1명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다른 1명의 시신은 사고해역 인근 동거차도 앞 200븖 해상에서 한 어선의 닻에 걸려 수습됐다. 사고해역에서 1.5㎞가량 떨어진 곳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시신 유실 위험이 커지고 있는 셈이다. 세월호 희생자는 모두 212명으로 늘었다.
유속이 초속 2.4븖에 이르는 대조기임에도 수색을 통해 시신을 수습한 것은 그동안 진입하지 못했던 4층 좌현 격실과 5층 로비 접근로를 전날 확보한 덕이다. 선수 우현에서 좌현으로 가는 길을 막고 있던 카펫과 책상, 의자 등 장애물들을 치워 길을 만들었다는 얘기다.
구조팀은 현재 4층 선수 좌현 격실과 5층 로비에 상당히 많은 승객이 모여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좌현 쪽으로 배가 기울어 승객들이 어쩔 수 없이 그쪽 격실에 몰렸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물이 차오르는 순간 급하게 5층 로비 쪽으로 뛰어 올라간 승객도 상당수일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또 1차 수색을 완료하려면 4층 선체 중앙 좌현 쪽 격실들도 수색해야 한다. 해경 고명석 대변인은 “좌현 쪽에 8인 객실이 모여 있는데 이곳은 현재까지 한 번도 진입하지 못했다”며 “해군을 중심으로 진입로 확보를 위해 애쓰고 있다”고 말했다.
난관은 여전히 남아 있다. 각 격실이 모두 개방되지 않고 잠겨 있어 문이 열리지 않는 곳이 많다. 배가 기울어진 탓에 문을 밑에서 위로 열어야 하는데 쏟아진 집기가 문을 누르고 있는 격실도 다수다. 잠수사들은 소방관들이 건물의 잠긴 문을 열 때 쓰는 ‘유압식 절단기’를 들고 작업 중이다.
정 총리와 대책본부는 오후 2시부터 선체 구조와 수색, 잠수 등 국내외 각계 전문가 20여명과 수색 방법을 논의했다. 회의에서는 기존 유압식 절단기보다 강한 강력유압기 개발, 핫라인을 통한 민간 잠수사 적극 활용 등이 새로운 방안으로 채택됐다.
정 총리는 회의 후 진도 팽목항에 머물고 있던 실종자 가족들을 찾았다. 회의에서 논의된 방안과 실종자 유실 방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는 소식을 전했지만 실종자 가족들의 시선은 싸늘했다. 한 실종자 가족은 “기술이 어떤지를 따지는 게 아니라 우리 아이를 건져 달라는 것”이라고 호소했다. 진도군청으로 돌아온 정 총리는 “가족들이 실종자가 유실되지 않도록 해달라는 요구가 컸다”며 “수색작업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진도=진삼열 기자 samu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