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부산시장 후보에 서병수 의원 선출… 집권 핵심 ‘친박계’ 겨우 체면치레

입력 2014-05-01 04:23

6·4지방선거 새누리당 부산시장 후보로 친박(친박근혜)계 서병수 의원이 선출됐다. 최근 잇따른 경선 패배로 여권 내에서 힘을 잃어가던 집권 핵심 세력 친박은 간신히 체면치레를 했다.

서 의원은 30일 부산 사직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후보 선출대회에서 선거인단 투표(80%)와 여론조사(20%)를 합산한 결과 1288표를 얻어 권철현 전 주일대사, 박민식 의원을 따돌렸다. 서 의원은 후보 수락 연설에서 “본선에서 반드시 승리해 일자리 시장으로서 박근혜정부를 성공시키는 데 일조하겠다”고 말했다.

이변 없이 서 의원이 최종 후보로 선출되기는 했지만 신승(辛勝)이었다. 서 의원의 합산 득표율은 36.7%로 2등을 한 권 전 대사(31.9%·1120표)를 힘겹게 제쳤다. 3등의 박 의원은 31.2%(1096표)의 득표율을 보여 선전했다.

경선 레이스 초반 부산 지역정가에서는 4선의 친박 핵심 서 의원이 당 조직 장악력에 앞서 있다는 이유로 승리를 낙관하는 분위기가 많았다. 그러나 현장투표에서 예상 외로 박 의원의 거센 도전을 받았다. 서 의원과 박 의원의 선거인단 득표 차이는 불과 80표였다. 여론조사에서는 서 의원이 35.9%를 얻어 친이(친이명박)계 출신 권 전 대사(44.1%)에게 8.2% 포인트 뒤졌다.

여당의 텃밭인 대구, 경남에서 진행된 경선의 경우에는 아예 친박 후보가 현장투표에서 뒤져 비박 인사들에게 광역단체장 후보 자리를 내준 결과가 나왔다. 지난 29일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에서는 권영진 전 의원이 친박 후보들을 누르고 시장 후보로 선출되는 이변이 일어났다.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지난 14일 친박의 지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던 박완수 전 창원시장을 제치고 재선에 도전하게 됐다.

서 의원이 부산시장 후보 자리를 꿰차기는 했지만 친박들에게 향후 상황은 녹록지 않다. 인천시장 후보 경선 레이스는 당초 예상과 달리 안전행정부 장관을 지낸 박 대통령의 ‘복심’ 유정복 의원이 안상수 전 인천시장과 치열하게 경합하는 분위기다. 서울에서는 비박계 정몽준 의원이 당 후보 적합도 1위를 지키고 있고, 경기에서는 비박 후보들끼리 경쟁 중이다.

예상보다 약한 조직 동원력 등 친박이 지방선거 국면에서 드러낸 한계는 차기 여권의 권력구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당원의 표심이 결정적인 7월 전당대회가 주목된다. 지방선거에서 고전한 친박이 당권까지 내주게 될 경우 여권의 권력지형이 크게 요동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박 대통령의 당 장악력이 상처를 입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한편 새누리당은 지방선거 대전시장 후보로 박성효 의원, 충남도지사 후보로 정진석 전 국회 사무총장, 강원도지사 후보로 최흥집 전 강원도 정무부지사를 선출했다. 이로써 여당은 수도권을 제외한 14곳의 광역단체장 후보 라인업을 완성했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