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나나 퍼포먼스’는 인종차별 반대 기획作
입력 2014-05-01 03:58
네이마르·아우베스, 마케팅 전문가와 바나나 던지면 집어먹자고 사전 계획
브라질 국가대표 수비수 다니 아우베스(31·FC 바르셀로나)가 지난 28일 비야레알전에서 보여준 ‘바나나 퍼포먼스’는 지긋지긋한 인종차별에 신물이 난 남미 선수들이 기획한 ‘작품’이었다.
스페인 스포츠 전문지 AS에 따르면 아우베스와 브라질 대표팀 동료로 바르셀로나에서 한솥밥을 먹고 있는 네이마르는 지난 3월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원정경기에서 인종차별적 모욕을 당한 뒤 대책을 모의했다. 바나나가 날아들면 카메라 앞에서 까먹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인종차별 반대 캠페인을 벌이자는 내용이었다. 작전에는 마케팅 광고 전문가도 참여했다.
이를 모르던 비야레알의 악성팬이 축구장에 바나나를 던졌다가 덫에 걸려들었다. 아우베스는 태연하게 바나나를 까먹는 퍼포먼스를 했고, 부상으로 쉬고 있던 네이마르는 자택에서 곧바로 아들과 함게 껍질을 깐 바나나를 들고 있는 사진을 트위터에 올렸다. 이후 축구스타, 정치인, 연예인들이 사이에서 ‘바나나 인증샷’이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왔다. 네이마르가 처음으로 사용한 “우리는 모두 원숭이다”라는 문구도 미리 기획된 것이었다.
작전에 동참한 광고전문가 구사 케처는 인터뷰에서 “말보다 행동이 파급력이 더 크다”며 “원래 네이마르가 바나나를 먹기로 했지만 아우베스에게 먼저 기회가 왔다”고 전했다. 이들은 유럽축구연맹 등에 진정하는 방식도 고려했지만 효과가 없다고 보고 바나나 퍼포먼스를 준비했다. 아우베스가 바나나를 먹는 모습은 오히려 인종주의자들을 조롱하는 듯 익살스러웠고 효과가 극대화됐다.
김태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