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참사] 진도 달려간 천안함 46용사 유가족들 묵묵히 청소만…
입력 2014-05-01 02:20
내 아이를 태운 배가 침몰한 충격과, 다시는 그 아이를 품에 안지 못할 수도 있다는 공포. 아직도 구조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1분 1초를 아파하며 보냈던 순간. 더딘 구조작업과 정부의 무능함에 치미는 분노와 절망까지….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이 겪고 있는 이 모든 감정을 4년 전 똑같이 감당해야 했던 천안함 유족들은 30일 오후 전남 진도 실내체육관에 도착하자마자 말없이 빗자루와 걸레를 쥐었다. 그들이 실종자 가족들을 위로하는 방식은 ‘침묵’이었다. 고(故) 이용상 하사의 아버지인 이인옥(43) 천안함유족협의회장은 “입장을 바꿔서 천안함 사건 직후 누가 내 마음을 안다고 나섰다면 어떤 마음이 들었을까. 자식 잃은 부모 마음은 당사자밖에 모른다고 생각하니 섣불리 나설 수 없었다”고 했다. 오히려 실종자 가족에게 상처만 줄 수 있다는 생각에 고민을 거듭하다 진도행을 결정했다는 것이다.
천안함 유족들은 자원봉사자들이 입는 노란색 조끼를 걸치고 고무장갑을 낀 손으로 그저 묵묵히 청소만 했다. 실종자 가족들에게 섣불리 다가가지도, 당신들의 고통을 알고 있다며 위로의 말을 건네지도 않았다. 이들은 함께 온 봉사자들과도 말을 섞지 않았다. 최대한 다른 자원봉사자들과 섞여 구분되지 않도록 노력했다. 실종자 가족들이 모인 체육관 1층과 복도, 2층을 내 집처럼 꼼꼼하게 청소했다. 여성은 걸레로 의자를 닦고 남성은 빗자루로 바닥을 쓸었다.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은 진도체육관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에서 천안함 유족들이 자원봉사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지자 주변을 둘러보며 관심을 보였다. 그러나 다가가 말을 걸거나 하는 이는 없었다.
이 회장은 “진도에 들어설 때부터 함께 온 가족들이 흐느끼기 시작했다. 내 아들, 내 딸 같으니까 눈물이 절로 났고 훌쩍이게 되더라”면서 “여기 도착하니 마음이 더 착잡하다. 심경이 복잡하고 어렵다”고 했다. 이어 “(실종자) 가족들을 만나는 게 사실 너무 조심스럽다. 그 마음은 누구도 모른다. 다들 마음 다르고 사연도 제각각이다. 전부 똑같지 않으니까”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봉사 기간 언론 인터뷰를 자제하기로 했다. 이 회장은 “천안함 때 많은 분들이 생환을 기도해 줬다. 저희도 똑같이 돌아오길 바라는 마음으로 곁에서 지켜봐주기만 할 것”이라고 했다. 팽목항에도 가급적 나가지 않을 계획이다. 언론에 노출되는 일은 극도로 자제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봉사인력이 필요하다는 요청이 있을 경우에만 자원봉사자로서 팽목항에 갈 생각이다.
천안함 유족 28명은 30일부터 2박3일 동안 청소 2개조, 세탁·배식·분리수거 1개조씩 5개조로 나뉘어 봉사활동을 한다. 일주일 전에 진도자원봉사센터에 자원봉사 신청을 했지만 당시에는 봉사인력이 넘쳐 시간을 배정받지 못했다.
진도=이도경 진삼열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