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세월호의 비극 겪은 모두에게 위로와 평안을

입력 2014-05-01 02:21

고려대 안산병원에서 치료받던 단원고 생존 학생들이 조만간 다시 등교한다고 한다. 악몽 같았던 침몰 현장에서 살아났지만 불귀의 객이 된 친구와 선생님들 생각에 생환의 기쁨보다는 죄책감이 더 컸을 이들이 하루빨리 제자리를 찾기 바란다. 학교 복귀 못지않게 심리치료가 중요한 만큼 당국은 학업 정상화에 지나치게 집착하지 말고 외부 프로그램 등을 통해 충분한 휴식기를 가졌으면 한다.

학교와 동네를 오가며 숨지거나 실종된 친구의 부모, 형제·자매와 끊임없이 마주칠 수밖에 없는 이들이 혹시 마음의 상처를 더 이상 자극하지 않도록 주변의 관심은 자제돼야 할 것이다. 마침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들이 학교에 상주하면서 생존자들의 상처를 치유하는 준비를 끝냈다니 반갑기 그지없다.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을 이번 비극의 피해자들을 세심하게 보살펴야 한다.

큰 고통을 당하고 있는 단원고 교사들에게도 각별한 위로와 관심이 집중됐으면 한다. 교사들의 90%가 정신적 고위험군에 해당된다는 전문의의 진단은 충격적이다. 교사들이 안정되지 않으면 그 영향이 바로 학생들에게 미치는 만큼 이들이 하루빨리 트라우마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집중적인 지원이 이뤄졌으면 한다.

모든 지원이 학생 위주가 돼서 진도의 실종자·사망자 가족과 일반인 구조자들이 소외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초등학교 동창생들과 회갑 여행을 갔다가 실종된 4명의 가족들은 구조팀이 단원고 학생들이 많이 모여 있었던 곳으로 추정되는 객실 위주로 수색하는 바람에 애만 태우고 있다고 한다. 청해진해운으로부터 장례비도 지급받지 못한 아르바이트생도 있다. 자치단체 등 유관기관에서 장례비 등을 먼저 지급한 뒤 회사측에 청구하는 방안도 있다. 비극을 겪은 모든 사람이 마음의 상처를 입지 않도록 당국이 각별한 관심을 갖길 촉구한다.

생사가 엇갈리는 대형 재난 현장에서는 진짜 가해자는 따로 있는데도 불구하고 피해자들끼리 서로 가해자가 되고 피해자가 되면서 상처를 덧나게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특히 이번처럼 수학여행길에서의 대형 사고는 사회적 관심을 촉발시켜 당사자는 물론 학교, 지역사회 모두 집단 충격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서로 배려하는 마음으로 충격을 이겨내는 지혜가 절실하다.

5월은 가정의 달이기도 하다. 이번 세월호 사건으로 사랑하는 부모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들, 딸을 하늘나라로 보낸 모든 유가족과 아직도 어두컴컴한 바닷속에서 생사가 분명치 않은 실종자 가족들에게는 견디기 힘든 시기일 것이다. 평생 겪지 못한 참담함을 몸소 맞을 수밖에 없는 모든 가족들이 보다 위로받고 보다 평안할 수 있도록 모든 국민들이 진심으로 기도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