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MCA, 새로운 100년의 약속] (17) ‘세월호 사고’ 단원고 청소년Y 학생들을 추모하며
입력 2014-05-01 02:29 수정 2014-05-02 15:40
“아이들아, 이 슬픔 절대 잊어선 안된다”
안산 단원고 청소년YMCA(청소년Y) 봉사 동아리 TOP의 회원 10명이 수학여행을 떠났습니다. 그중 6명이 세월호 침몰 사고로 4월 30일 현재 4명이 사망했고 2명이 실종된 상태입니다. 깊은 슬픔의 시간 속에서 하나님께 돌아간 김제훈군, 김영은 김주희 한은지양과 아직도 차가운 바닷속에 있을 박성복군, 유미지양을 그리워하며 추모의 글을 싣고자 합니다.
4월 19일. 단원고 청소년Y 아이들의 무사 생환을 바라는 안산Y 기도회에 참석하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탔다. 단원고 교복을 입은 한 학생이 안산Y 사무실이 있는 단원구 광덕서로 고잔법조건물 엘리베이터 안에 붙은 게시판을 보더니 친구에게 묻는다. “야, 넌 공부를 잘하니까 나중에 법조인 할 거니?” 친구는 무뚝뚝하게 대답한다. “아니, 난 구조대원.”
어른들을 믿을 수 없다. 학교에서 친구들과 장난을 치면서도 아직 배 안에 있을 친구들이 생각나 너무나 미안하고,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그저 학생들의 전원 구조 소식을 기다릴 수밖에 없어서 또 미안했을 아이들, 이 착한 아이들에게 어른들은 무슨 짓을 한 걸까.
지난 4월 15일 수학여행을 떠나던 날, 캐리어를 끌고 신나게 인사하던 단원고 TOP 동아리의 성복이와 은지, 미지, 영은, 주희, 제훈이를 이제 다시 볼 수가 없다. 사고 첫날 믿기지 않는 실종 소식을 전하는 안산Y 간사의 울먹이던 목소리는 이내 통곡으로 바뀌었다. 이제는 눈물 흘릴 힘도 남아있지 않다.
앞서 지난 12일 열렸던 신입생 입회식에서 자신들이 가입시킨 후배들이 너무 좋다고 자랑스럽게 소개하며 우쭐대던 모습, 이번 겨울 전국임원캠프(동령회)에서 의욕적으로 프로그램을 이끌어가던 착한 아이들 모습을 이제 볼 수가 없다. 여름에 있을 해외 봉사에 꼭 가고 싶다며 어떻게 신청하면 되느냐고 묻던 그 목소리를 이젠 들을 수 없다.
청소년Y 공동대표로 책임감이 무척이나 강한 지수(가명)는 살아 돌아왔지만 병원에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또 한꺼번에 동아리 회장과 부회장을 잃은 동아리 선후배들도 괴롭고 절망스러운 마음을 토로하고 있다.
청소년Y 기도회에서 정명호 이사장은 먼저 “어른으로서 미안하다”며 큰절을 했다. 인근 Y에서 달려온 청소년 회원들은 슬픔을 함께 나누고 살아 돌아오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을 담아 기도했다. 하나님께서 행하시는 모든 일에는 뜻이 있다고 하시지만, 도대체 우리 생각으로는 이 일을 통해 하나님께서 뜻하시는 게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그래서 답답하다고, 또 슬프다고. 그래도 하나님의 뜻을 따라 가겠다고 울먹이는 아이들의 기도를 하나님은 들으셨을까.
4월 25일. 미안한 마음을 더 이상 견딜 수 없어서, 아무것도 제대로 해준 것도 없이 보내버린 아이들이 보고 싶어서 시흥Y 간사들은 모두 시흥 장례식장에 누워 있는 은지에게 달려왔다. 문상객들의 신발 정리를 하면서, 조문객들에게 음식을 나르면서, 또 통곡하고 있는 은지 친구들의 등을 쓰다듬으면서 눈물을 삼킨다.
하늘나라로 떠난 은지의 지갑에서 발견된 코팅된 연애편지의 당사자는 영정 앞에서 눈물을 펑펑 흘렸다. 그 모습을 지켜본 은지 엄마는 “네가 우리 딸 남자친구였구나. 보고 싶었다”며 두 손을 꼭 잡아준다. 차마 위로의 말을 건네지 못하고 그저 “정말 예뻤던 은지, 평생 가슴으로 기억하겠습니다”라는 말밖에 못하는 Y간사에게는 “내 자식이지만 정말 예쁘지요”라고 웃어주시는데 처연한 슬픔이 밀려든다. 은지는 그토록 아끼던 단원고 TOP 후배들의 손에 들려 화장장으로 향했다.
4월 26일. 장례식장이 부족해서 대기 중이던 주희 장례식장에 들어서니 젊은 엄마는 망연자실 앉아 있다. 주희의 마지막 얼굴을 보고 와서 꺼이꺼이 참았던 울음을 터뜨렸다. 예뻤던 주희의 사진 밑으로 친구들이 함께 찍은 사진과 편지를 올려놓는다. 장례식장에는 온통 교복 입은 학생들뿐이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때 친구들, 그리고 고등학교 친구들은 울면서 하루 종일 빈소를 지키고 있다. 병원에 입원해 있던 단원고 한 학생은 평상복으로 바꿔 입고 병원을 몰래 빠져나와 친구의 마지막을 지키기도 했다.
4월 27일. 생명평화의 바람꽃인 청소년들은 이 슬픔을 담담하게 헤쳐나가고 있다. 오히려 울먹이는 간사들의 등을 토닥이면서. 병원에서 만난 주은(가명)이는 혼자서 슬픔을 정리하고 있었다. 간병인 엄마를 설득해 밤마다 함께 장례식장을 다니면서 하늘나라로 떠난 친구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면서 마음을 정리하는 중이라고 한다. Y는 이렇게 착한, 이렇게 좋은 아이들이 그 존재의 이유임을 고백한다. Y는 이렇게 예뻤던, 이렇게 선했던 아이들의 죽음을 잊지 않을 것이다.
다시 일어선다. Y가 청년지도력의 산실이라면 이 슬픔을 절대 잊어선 안 된다. 또 다시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힘을 쏟겠다고 다짐한다.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왜 이런 비극이 생겼는지 아이들에게 정확하게 전달해줄 수 있도록 진실의 끈을 놓지 않을 것이다. 청소년들과 함께 이 비극적 사고에 관해 이야기하고 어디서부터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토론하고, 함께 슬퍼하고 분노하고 기도할 것이다.
청소년들과 함께 평화감수성을 다시 이야기할 것이다. 평화감수성이란 불의와 폭력의 세상에 정직하게 분노하며 세상의 아픔에 귀 기울이는 감수성임을 고백한다. 세월호 침몰의 비극을 함께 겪은 우리들이 차갑게 죽어간 친구들의 죽음 앞에서 정직하게 분노하고 눈물 흘리며, 무뎌져갈 아픔을 서로 고백하면서 불의한 세상을 향해 날 선 검을 세울 것이다. 그리하여 청소년들과 함께 생명평화의 세상을 만들어갈 것이다.
그래도 성복아 은지야 미지야 영은아 주희야 제훈아. 보고 싶고 또 보고 싶다. 미안하고 또 미안하다.
이지양 국장<한국YMCA지도력계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