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여성CEO 열전] (16) 안태숙 메가리서치 사장

입력 2014-05-01 03:31


창업 이끄신 하나님 뜻대로 전 직원 함께 기도하고 투명경영

“저는 창업을 할 생각이 없었어요. 하나님께서 코너로 몰아붙이셨습니다. 하나님께서 하라고 하셔서 했어요.”

리서치 전문기업 메가리서치의 안태숙(55) 사장은 이렇게 고백했다. 서울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하고 AC닐슨 등에서 근무한 그는 2007년 9월 메가리서치를 창업했다.

30일 서울 논현동 사무실에서 안 사장을 만났다. 그는 창업하기 전까지 자신의 일과 신앙생활에 만족하고 있던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리서치 업무는 스트레스도 받지만 재미있어서 즐겁게 일했어요. 그 과정에서 많은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기도 했습니다. 주말에는 예수전도단에서 활동했어요. 10년 동안 독수리예수제자훈련학교(직장인·주부 대상 훈련 프로그램)에서 간사로 섬겼습니다. 직장 생활보다 예수전도단 활동이 더 즐거웠을 정도였어요.”

좋은 일 속에서 어려움이 찾아왔다. 대형 리서치업체들의 컨소시엄을 제치고 회사의 1년 매출액보다 많은 돈이 걸린 수십억짜리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입찰을 준비할 때부터 “하나님, 이 프로젝트는 핵심이 뭔가요? 무엇이 키포인트인가요?” 이렇게 묻고 기도하며 준비한 사업이었다.

주변에서 시기하는 사람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거래처와 전화 통화하는 것조차 불편할 정도였다. 점점 설 자리가 줄어들었다. 자신이 입안한 프로젝트인데도 제대로 참여하기가 어려워졌다. 사람과 불편한 관계를 잘 견디지 못하는 성격 때문에 회사를 그만두고 나왔다.

그 후 때마침 솔깃한 스카우트 제의가 들어왔다. 적자 상태의 리서치 회사를 맡아 경영해 달라는 제안이었다. 거기서도 헌신적으로 일했다. 적자가 흑자로 바뀌었고 회사도 튼튼해졌다. 그러자 조건이 바뀌었다. 적지 않은 돈을 내놓고 회사를 인수하라고 했다. 그만한 돈이 있을 리 없었다. 이제는 오히려 회사에서 밀려나는 처지가 됐다. 사람을 믿은 것이 잘못인가. 또다시 벼랑 끝에 몰리는 느낌이었다.

결국 창업을 했다.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내몰려서 한 창업, 준비되지 않은 창업이었기에 당장 일감이 없었다. 인맥이나 사업 수완도 없었다. 직원들 월급을 주는 일이 그렇게 힘든 줄 몰랐다. 잠이 오지 않았다. 창업하게 만든 하나님이 원망스러웠다. 자신감도 없어졌다. 바닥이었다.

“그때 양재동에서 세계중보기도센터라는 곳을 발견했어요. 야근을 마치고 가는 길에 매일 들러 1시간씩 기도했어요. 기도를 드리기 위해 집까지 옮겼어요. 그렇게 1년 동안 기도 드렸어요.”

기도를 통해 용서의 마음을 갖게 되었다. 형제들의 손에 팔려가 노예가 된 요셉이 애굽의 총리가 된 뒤 다시 형들을 만나 “나를 애굽으로 보낸 것은 형들이 아니라 하나님”이라고 고백한 말이 그의 고백이 되었다. 안 사장은 “창업하기 전까지 저를 힘들게 했던 분들을 많이 원망했는데, 돌아보니 그것이 모두 제가 창업을 하고 하나님의 뜻대로 경영을 하도록 하나님께서 이끄신 과정이었다”며 “이제는 도리어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사업가가 되도록 인생을 바꾼 계기가 되었다는 생각에 감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 무렵 또 한번 솔깃한 제안이 주어졌다. 업계의 큰손이 안 사장을 불러 제안했다.

“앞으로 우리 회사가 하는 프로젝트는 모두 메가리서치에 맡기겠습니다. 대신 저에게 개인적으로 수수료를 주십시오.”

당장 직원들에게 월급을 줘야 하는데 아무런 일감도 없는 상황이었다. 지푸라기라도 붙잡을 수밖에 없었다. 안 사장은 “그렇게 하겠다”고 대답했다. 회사로 돌아오는 길에 기도를 드렸다. 마음이 무거워졌다. 하나님보다 사람을 더 의지하는 것이 잘못이란 생각이 들었다. 다시 전화를 드려 정중하게 거절했다.

“과연 제가 하나님만 의지할 수 있는지, 그 순간 하나님께서 저를 저울에 달아보신 것 같아요. 그 제안을 거절한 뒤 놀랍게도 그달 말까지 남은 5일 동안 한 달 치 일감이 다 채워졌습니다. 하나님께서 살아계신 것을 직접 보여주신거죠.”

안 사장은 기업 경영의 모델을 일본 기업체인 교세라정공 한국지부에서 발견했다고 한다.

“창업하고 2∼3년이 지났을 때 교세라정공의 직원 연수에 초청 받아 갔어요. 거기서 깜짝 놀랄 광경을 보았습니다. 직원 연수가 마치 부흥회 같았어요. 알고 보니 최고 경영자가 직원을 제자로 키우는 기독교 기업으로 운영하겠다는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계셨어요. 나도 이런 회사를 하면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안 사장은 “기업을 경영하고 돈을 버는 데는 저보다 탁월한 분이 많겠지만, 하나님의 뜻대로 회사를 경영하는 신앙훈련이 된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라며 “리서치 업계에서 하나님의 살아계심을 증거하는 회사를 만드는 게 하나님께서 저에게 원하시는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회사 운영 방식을 완전히 바꾸기로 했다. 매일 아침 성경을 읽고 함께 기도하는 회사를 만들겠다고 직원들에게 선포했다. 회사의 모든 경영 상황을 공개하고, 어려운 일도 내놓고 직원들과 같이 기도제목을 붙들고 기도했다. 안 사장이 붙들고 기도하는 일들이 하나 둘 응답되는 것을 경험하면서 직원들도 바뀌어 갔다. 때론 직원들의 가정생활을 두고 상담을 해주기도 하고, 잃어버린 신앙이 함께 회복되는 것을 목도하기도 했다.

“저희 회사를 통해 하나님께서 매일매일 너무나 많은 기적을 저희에게 베풀고 계십니다. 하나님께서 이 회사에 계신다, 하나님이 이 회사의 주인이시라고 제가 직원들에게 자신있게 얘기할 수 있게 되었어요.”

안 사장은 “눈앞의 이익보다는 정직한 결과물로, 투명한 재정은 물론 북한과 선교지를 돕는 기업으로까지 자라는 기업이 되기를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태숙 사장

△성균관대 경영학과 졸업 △서울대 경영대학원 석사 △AC닐슨 차장 △포커스리서치 이사 △메가리서치 사장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