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명진 목사의 시편] 죽음 묵상

입력 2014-05-01 02:28


인생 최대의 질문은 ‘죽음이란 무엇인가’이다. 이 물음에 답을 못한다면 아직 부족하고 모자라는 것이다. 온 세상이 존경하는 사람이 되고 세계가 주목하는 기술을 개발해 삶의 형태를 획기적으로 바꿔 놓아도 죽음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면 그 인생은 불쌍한 인생이다.

최첨단 시설을 갖춘 저택에서 진수성찬 고량진미를 먹으며 온갖 문명의 이기를 사용하고 향유할 수 있는 쾌락과 향락을 누리며 최고급 승용차는 물론 세상 사람이 부러워하는 지위와 명성을 얻어도 죽음에 대해 명쾌한 답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단연코 그 인생은 결국 허무하고 처참한 인생일 수밖에 없다.

한때는 사랑과 낭만의 바다요 추억의 천막이었는데 이제는 흑암 속에 애간장을 끊어내는 울부짖음 만 처절하게 들려주는 저것이 무엇인가. 삶의 종착역 희망을 삼켜버린 죽음이요 사랑과 내일을 앗아가고 절망을 안겨준 이별 때문 아닌가. 막상 떠나고 나니 애절한 사랑도 뜨거운 마음도 한 맺힌 그리움으로 가슴을 후벼 팔 뿐 아무것도 아니다. 인간은 죽음 앞에 얼마나 무기력하며 연약한 존재인지. 덧없고 허무한 인생의 절망과 좌절을 뼛속 깊이 저리도록 깨닫는다. 쌓은 지식과 부귀와 지위와 명성이 별것도 아님을 철저히 느낀다.

전도서 기자는 말하기를 “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 인생의 범사는 바람을 잡으려는 것 같다”고 했다. 옛날 동방 우스 땅의 성자요 의인이었던 욥은 “여인에게서 난 자는 사는 날이 적고 수고와 고통과 슬픔이 인생이라 하였으며 내가 적신으로 왔다가 적신으로 돌아간다”고 했다.

인생은 누구도 죽음을 피할 수 없다. 공수래공수거, 풀과 같은 인생, 한 줄기 피어오르는 연기 같이 너도 나도 언젠가는 그렇게 여행을 떠난다. 올 때는 순서가 있지만 떠나는 것은 순서도 없다.

단지 한 걸음 먼저 가고 나중 가는 것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절대 권력자, 절세의 미인, 최고의 학자, 극치의 예술가, 불후의 음악가, 최고의 도덕군자, 과학자, 발명왕, 세계 챔피언, 영웅호걸, 열사, 명장, 가난한 자와 무지한 자, 힘없는 자, 무명한 자, 그 모두가 갔고 또 간다.

인류 역사상 최대의 부를 가졌던 록펠러가 사망했을 때 그의 재산을 관리했던 변호사가 명언을 남겼다. “회장님은 다 두고 가셨습니다.”

그렇다. 다 두고 가는 것이 인생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죽으면 그만이라고 말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죽여서 되고 죽으니 된 일이 있는가. 죽음이 해답이라고 강변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희망 없는 곳 내일 없는 곳 영생 없는 죽음 그것이 지옥이다. 며칠간의 여행을 떠나도 준비하는 우리들, 하물며 돌아오지 못할 인생의 마지막 여행을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 준비 없이 떠나는 것보다 더 미련하고 우둔한 것이 또 있을까.

<수원중앙침례교회>